‘명함용’ 자문위원들 결국…

  • 입력 2008년 2월 20일 03시 03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6일 국정 워크숍에서 “누구 ‘백’으로 들어온 사람은 꼭 사고를 친다. 자문위원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름을 걸겠다고 백을 써서 들어와 사고를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관계자 9명이 인천 강화군의 장어요리집에서 향응을 받은 것이 18일 드러나자 인수위 내부에서는 “이 당선인의 경고가 맞아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들이 향응을 받은 것은 15일이지만 이 당선인이 ‘사고’ 운운할 때는 밝혀지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

이번 향응 사건에 대해 인수위 내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명함용’ 자문위원들의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고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명함용’ 자문위원은 인수위 자문위원 중 실제 인수위 업무에는 참여하지 않고 경력 관리용으로 참여해 이름만 팔고 다니는 이들을 뜻한다.

최대한 간소한 조직을 표방했던 인수위는 저마다 대선 때 공을 내세우면서 자리를 요구하는 민원 탓에 자문위원이 점점 늘어났다. 인수위원, 전문위원을 제외한 자문위원만도 461명에 이른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19일 “전문위원까지는 인선 전에 상당한 검증을 거쳤지만 자문위원은 검증 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늘어나 ‘시한폭탄’과 같다”고 털어놓았다.

인수위 자문위원 중 상당수는 인수위 출범 직후부터 아예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지역에 내려갔고, 당에 공천을 신청할 때 경력으로 제시했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자문위원 신분으로 고액 부동산 컨설팅을 해 주다 해임된 고종완 씨처럼 명함을 팔고 다니며 자기 이름 장사를 하는 자문위원도 꽤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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