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때리고 鄭 할퀴다 ‘국감 마감’

  • 입력 2007년 11월 3일 03시 22분


질의만 하고 떠나2일 낮 12시 30분경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 이날 오전의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이었으나 대통합민주신당측 의원은 거의 대부분 자리를 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관한 ‘BBK 주가조작 연루의혹’을 제기한 ‘공격수 의원’들은 상임위 개회 직후 몰아서 질의를 한 뒤 차례로 국감장을 떴다. 김동주 기자
질의만 하고 떠나
2일 낮 12시 30분경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 이날 오전의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이었으나 대통합민주신당측 의원은 거의 대부분 자리를 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관한 ‘BBK 주가조작 연루의혹’을 제기한 ‘공격수 의원’들은 상임위 개회 직후 몰아서 질의를 한 뒤 차례로 국감장을 떴다. 김동주 기자
17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2일 14개 상임위원회별 소관 부처 및 산하기관에 대한 확인감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6일과 12∼14일 여성가족위원회와 정보위원회의 국감이 남았으나 이는 의원들의 겸임 상임위로 일반 상임위 국정감사는 이날로 사실상 마쳤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시작된 이번 국감은 2002년 대선 때의 국감과 마찬가지로 국가 살림살이를 꼼꼼히 검토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국감의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국감이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양 당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 공방으로 국감 대부분을 보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국감 첫날인 지난달 17일 14개 상임위원회 중 정무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 등 10개 상임위에서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가 주가조작 및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2001년 미국으로 도피한 김경준 씨의 투자자문회사 BBK의 투자사기사건 및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사실상 ‘공범’이었다는 것.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이와 관련한 새로운 증거라며 매일 자료를 발표하고 논리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 및 예산 집행을 감시하고 검증해야 할 국감은 정부보다는 오히려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대통합민주신당이 질의하고 한나라당은 방어하는 장으로 전락했다. 국감에 출석한 일부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양 당의 이런 공방에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이에 질세라 정 후보 처남이 연루됐다는 주가조작 사건을 다시 들춰냈고 정 후보 부친이 일제강점기 금융조합 서기였다며 친일행위라고 주장했다.

국감 중반부에는 의원들이 해당 상임위 피감기관으로부터 향응을 받아 물의를 빚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이 피감기관장들과 함께 저녁을 먹은 뒤 단란주점 등에서 향응을 받았다는 것. 피감기관들도 의원 및 보좌진 식대 등으로 거액의 국감 비용을 책정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국감은 변변한 ‘국감 스타’도 나타나지 않았고 행정의 두드러진 오점이나 실책을 지적하지도 못한 채 끝을 맺었다.

국감 마지막 날인 2일까지도 국회는 BBK사건으로 공방을 벌였다.

대통합민주신당 서혜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및 금융감독위원회 감사에서 “금감원과 검찰이 그동안 숨겨 왔던 BBK 투자자 중 다수가 이 후보와 매우 가까운 지인들로 구성된 사실이 밝혀졌다. 투자자 대부분을 이 후보가 유치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모 투신운용사 전 대표 백모 씨, 사망한 모 재벌가의 딸 이모 씨, 신학대 법인 등 BBK 투자자 명단을 공개했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은 “2001년 5월 증권업협회가 금감원에 BBK의 주가조작 의혹을 통보했는데도 당시 금감원 조사국 담당직원인 김모 수석이 조사를 안 한 채 방치한 것은 윗선의 외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외국인 명의의 여권 7개와 외국인 설립회사 인증서 19장, 운전면허증, 심지어 사망한 동생의 여권까지 위조한 전문 위조범으로,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며 관련 공문서 위조 내용을 공개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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