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단일화 관심없다” 범여 단일화 물건너가나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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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전 사장
문국현 전 사장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최근 대선 이슈로 제시한 ‘새로운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최근 대선 이슈로 제시한 ‘새로운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文 “후보사퇴 없다… 낡은 이명박-정동영이 물러나야 ”

정동영측 “몸값 올리기” 이인제측 “1대1 구도 노림수”

11월 초 ‘창조한국당’(가칭) 창당을 준비 중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24일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면서 잠재적인 ‘단일화 파트너’로 분류되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범여권에서는 문 전 사장의 발언을 ‘단일화 국면에서 몸값을 올리려는 전술’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단일화 대신 독자적으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한 뒤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문 전 사장의 복안이 드러났다는 전제 아래 단일화 대신 다자(多者) 대결 구도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낡은 이명박 정동영, 모두 사퇴해야”=문 전 사장은 이날 울산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조한국당 울산시당 창당대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기존 정당을 부패와 실정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마당에 어느 정당과 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문 전 사장은 “뜻이 있는 인사들은 이리로 오면 된다. 국민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므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같은 것은 필요 없다”면서 “절대 후보 사퇴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문 전 사장은 이날 대구방송(TBC) 대담 프로그램에서도 “가치 중심적으로 모이지 않고 아무나 모이다 보면 나라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나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는 가치나 뜻이 달라 후보 단일화를 논의할 수 없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부산 지역 기자간담회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 정 후보를 직접 거명해 “국민이 거부한 사람들”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면서 “낡은 인물은 이제 TV나 신문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직공했다.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정동영 이인제 측, ‘일단 무시 후 흡수’ 전략=문 전 사장 측 장유식 대변인은 “정동영 후보만 해도 국정 실패, 양극화, 부동산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이 단일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그동안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99%라고 생각한다. 후보 단일화는 국민이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거기에 따르면 된다”고 말해 왔다는 점에서 단일화 무산을 전제로 하는 듯한 이날 발언의 배경을 둘러싸고 범여권은 진의를 파악하기에 분주했다.

정 후보 측 최재천 대변인은 “대통합의 실질적 주체는 국민이므로 국민이 다 결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대변인도 “문 전 사장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하는 말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일화 국면에서 지분을 챙기기 위한 전술적 제스처인 만큼 ‘무시 전략’을 통해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캠프의 한 핵심 의원은 “문 전 사장이 ‘뭉쳐서 싸우라’는 지지층의 요구를 잘못 읽고 오버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측도 문 전 사장의 이날 발언이 정 후보에 대한 차별화를 통해 범여권 내 경쟁구도를 자신과 정 후보 간 1 대 1 모양새로 만들려는 의도로 보고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이기훈 대변인은 “아무 검증도 받지 않은 신기루 같은 후보가 범여권은 물론 전체 정치권을 폄훼하는 것은 오로지 ‘반사이익’만을 기대하는 얕은 술책”이라고 일축했다.

정 후보 측과 이 후보 측은 모두 11월 중순까지 자체 지지율을 25%대까지 끌어올려 문 전 사장의 ‘공격적 버티기’를 격파한다는 복안이다.

▽결국 지지율이 관건=하지만 범여권 내에는 문 전 사장의 ‘마이 웨이’를 전제로 “정동영-이인제 단일화만으로는 감동이 없으며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문 전 사장의 발언이 단일화 대신 독자 출마를 통해 일정한 득표율을 대선에서 확보한 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과의 통합 협상에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범여권에서는 결국 11월 25, 26일 후보 등록 시점에서의 지지율이 단일화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정 후보가 빠르게 25% 가까운 지지율을 선점하고 문 전 사장이 10%대에서 정체된다면 문 전 사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정 후보의 ‘끌어안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정 후보 지지율이 정체되고 문 전 사장이 10%대 후반까지 상승한다면 이번 대선은 결국 다자 구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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