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 장수’ “68만 軍의 수장… 아리랑 체제선전엔 박수 못쳐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악수때 고개숙이면 머리 부딪칠 것 같아서…”

“처음 악수하면서 손을 잡았는데 악력(握力)이 상당히 세더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공식수행원으로 북한을 다녀온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첫 대면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김 장관은 방북 첫날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를 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나도 약간 세게 잡았는데 김 위원장이 손을 상당히 세게 잡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악수를 하면서 ‘국방장관입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김 위원장은 대답 없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과 악수할 때 머리를 숙이지 않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 이유에 대해 김 장관은 “고개를 숙이면 머리가 부딪칠 것 같았다”며 농담 섞인 답변을 한 뒤 “고개를 숙였느니 꼿꼿했느니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고개를 숙이며 두 손으로 김 위원장의 손을 감싸 쥐고 깍듯이 예의를 갖춰 ‘꼿꼿 장수, 굽실 만복’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김 장관은 “내가 볼 땐 주변에서 우려할 정도로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은 없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은 와인도 많이 마시고 말도 많이 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서 있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방북 마지막 날 열린 환송 오찬에서 옆자리에 앉은 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과 상당히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특히 김 부장에게 화해와 협력의 표상으로 국군포로의 생존 확인과 서신 교환 상봉, 마지막 문제인 송환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부장에게 ‘당신들은 1953년 포로 교환 이후 국군포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느냐’고 했다”며 “김 부장은 아무런 답변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김 부장이 ‘근본적 문제’의 해결을 얘기하면서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우리 민족끼리’ 주변국 갈등을 함께 해결하자고 했다”면서 “그러나 나는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이 나가면 중국과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인한 공백을 우리 힘만으론 메우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감시소초(GP)와 중화기 철수를 제의했지만 김 위원장은 ‘너무 빠르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 않느냐’고 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아리랑 공연 관람 때 북측 안내원에게 ‘나는 68만 명(군인)의 수장이니 집단체조나 아름다운 장면에서 박수를 치겠지만 체제선전이나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표현하는 문구에 대해선 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런 식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군의 대북 인식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인민무력부장을 만난 것 자체는 의미가 크지만 평화협력 체제로 가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에 만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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