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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22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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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는 전날 '해단식'을 겸한 캠프의 마지막 회의에도 예상과는 달리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도운 친박(친 박근혜) 의원과 캠프 관계자 40여 명이 오후 자택으로 '위로차' 방문하자 1시간 가량 이들을 만난 것이 유일한 일정이라면 일정이었다.
'칩거'로까지 볼 수 있는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무엇보다 깨끗한 '경선 승복'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대선후보를 결정한 한나라당이 '지상 과제'인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명박 후보가 모든 중심에 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은 되도록 '무대 뒤'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원려'에서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작년 7·11 전대에서 강재섭 대표 체제로 바통을 넘겨준 뒤 신임 강 대표에게 힘이 실릴 수 있도록 상당 기간 외부 활동을 자제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게 측근들의 귀띔이다.
이를 감안할 때 그의 '칩거'는 적어도 이번 주 내내 계속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1년여의 경선 기간 쉼 없이 지방 방문 일정 등을 소화하느라 극도로 피로가 누적된 만큼 이번 주까지는 일체의 외부활동을 끊고 자택에서 심신을 추스를 것이라는 얘기다. 전국의 지지자들에게 감사 전화를 하거나 자택으로 찾아오는 측근들을 맞는 것 정도가 유일한 '외부 접촉'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 주부터는 박 전 대표가 제한적이나마 외부 활동을 재개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선 기간 전국에서 헌신적으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핵심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 표시로서 식사 자리 정도는 마련될 수 있으리란 관측도 있다. 일종의 '낙선 사례'인 셈이다.
여기에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부터는 '국회의원 박근혜'로서 공식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원칙을 강조하는 평소 스타일과 경선 기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도 국회의원 활동은 가능한 한 빠뜨리려 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그런 예상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칩거' 직후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구상을 밝힐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 5월초 '경선 룰' 중재안 파동의 와중에서 사흘간 자택에서 '장고'의 시간을 가진 뒤 나흘만에 공개석상에 나와 "떼쓰는 사람을 따르는 것은 사당(私黨)"이라며 이 후보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고 결국 당시 이명박 후보측의 '양보'를 받아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후보측 선대위원장 제의 시 수락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지 주목된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럴 개연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한 측근은 이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선거에 졌고 이를 깨끗이 인정하면서 큰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측근은 "선대위원장직을 맡는 문제는 당이나 후보측에서 공식 논의를 하는 단계가 돼야 자연스럽게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후보측이 9월 정기국회 개회 직후부터 선대위 구성 논의에 착수해 같은 달 초중순쯤 이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결국 박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맡느냐 하는 여부도 칩거를 푼 직후가 아니라 정기국회 개회 이후 박 전대표가 공식 활동을 재개하는 시점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거론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이 후보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은 97년, 2002년 대선 당시와 같이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한 전국 지원유세이고, 올 대선에서 그 같은 지원 유세가 가능한 시점은 대선(12월19일) 22일 전인 11월 27일부터인 만큼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돕는다 하더라도 선대위원장이 아닌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나온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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