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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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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그동안 예상 밖 행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회담에서만큼은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는 무리한 시도를 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적극적인 비핵화 촉구에 나설 것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린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5년간 백악관 동아시아 담당 보좌관 및 선임보좌관을 지냈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나.
“미국은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의 진전을 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부시 행정부로선 노 대통령이 그동안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기 때문에 의외로 받아들일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노 대통령에게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정상회담 당시 보여 준 위험천만한 ‘구세주적 절박감(messianic desperation)’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는 정상회담이 개최될 때까지 한미 간 협의를 통해 무엇이 바람직한 회담인지에 합의하는 게 필요하다.”
―어떤 성과가 나와야 회담을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나.
“노 대통령은 국내 정치보다 현실적 국가 이익에 초점을 맞춰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야 한다. 가령 2·13 합의의 첫 단계인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와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의 성실한 신고라는 두 과제를 연말까지 끝내라는 촉구가 나와야 한다.”
―워싱턴에서 걱정하는 시나리오는 뭔가.
“우선 회담 성사를 청와대 측근 참모와 국가정보원이 주도했다. 이들의 관심사는 큰 틀의 외교 과제보다는 노 대통령 개인의 업적 만들기일 수 있다. 국내 정치가 회담을 지배해선 안 된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20% 정도 아닌가. 따라서 대선을 앞둔 국내 분위기에서 정상회담 때문에 국론이 50 대 50으로 분열된다면 청와대는 남는 장사를 하게 된다. 이런 유혹을 떨쳐야 한다.”
―국내 정치와 업적을 고려한 행동이란 무엇을 말하나.
“남북이 일방적으로 한국전쟁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휴전협정 당사국인 중국과 미국이 제외된 형식이란 점에서) 아무런 법률적 효력이 없지만 전쟁을 끝냈다는 고도의 상징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서 ‘6자회담의 합의 사항 이행에 노력한다’는 식의 실체가 불분명한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총론적 핵 포기 의지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라며 북한이 무용지물로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회담이 남북의 실체 없는 상징성 확보로 흐른다면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 약속을 지키도록 만들려는 국제적 공조는 약화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북한은 자연스럽게 핵실험에 성공한 국가로서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할 것이다.”
―한국이 북한에 줄 선물보따리의 규모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청와대와 가까운 인사가 최근 내게 대북 경협 대상 목록을 들려준 적이 있다. 새 비료공장 건설, 남포항 재개발 지원, 개성∼평양 고속도로 건설, 백두산 관광 시작이 그 일부였다. 제주도 같은 곳으로 김 위원장의 답방을 이끌어 내기 위해 대규모 경협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노 대통령이 그렇게 무리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 교수 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 △일본어에 능숙한 아시아통 전문가 △케니언대 졸업,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석사 및 박사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자문역과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보좌관 및 선임보좌관을 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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