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 단거리 미사일 KN-O2의 실체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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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일 함경남도 함흥시 인근 북한군 해안기지.

대형 트럭 형태의 이동발사대에서 정체불명의 미사일 1발이 동해상으로 치솟았다. 한미 정보당국은 첩보위성과 첨단레이더를 총동원해 미사일의 비행궤도를 추적했다. 며칠 뒤 비공개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미사일의 정체가 공개됐다. 옛 소련의 SS-21 단거리 미사일을 개량한 ‘KN-O2’ 단거리 지대지(地對地) 탄도미사일이었다.

1년이 넘은 지난달 27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KN-O2’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5월 25일과 지난달 7일에 이어 세 번째로 발사된 이 미사일에 대해 국방부는 통상적 훈련으로 평가절하했지만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과 미 국방부는 성능이 대폭 향상된 새 기종이라며 우려했다.

일각에선 KN-O2 미사일의 개발이 끝나 조만간 실전 배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개선된 신속성과 정확도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단거리 미사일의 최대 특징은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는 점. 기존 미사일에 쓰이던 액체연료는 폭발성이 강해 이동이나 발사 과정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 액체연료는 발사 직전에 미사일에 주입해야 해 상대방에 발사 징후가 노출되기 쉽다.

반면 고체연료는 폭발성이 낮고 미사일에 연료를 채워 놓았다가 즉각 발사할 수 있다. 기습무기인 단거리 미사일에 제격이다.

신형 단거리 미사일은 정확도가 대폭 개선된 것으로 군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미사일의 정확도는 원형공산오차(CEP·목표물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 중 절반이 떨어지는 반경)로 표시된다. CEP가 100m라면 10발 중 5발이 목표물 반경 100m 안에 떨어진다는 뜻이다.

옛 소련의 SS-21 미사일은 CEP가 150∼300m이지만 이를 개량한 KN-O2 미사일의 CEP는 100m 미만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 요격 힘든 단거리 미사일

한국군은 현재 KN-O2와 스커드 등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이 없다. 앞으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2)을 도입하더라도 완벽한 요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많다.

미 회계감사원(GAO)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PAC-2의 탄도미사일 요격률은 55% 수준. 게다가 KN-O2 같은 신형 단거리 미사일은 발사시간이 대폭 줄었고 비행거리도 짧아 PAC-2로는 요격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에 따르면 황해북도 신계 미사일기지에서 발사된 스커드는 3분 30초 만에 서울에 도달한다. 휴전선 인근에서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은 2분 내 수도권에 도달해 PAC-2로도 요격할 수 없다고 한다. PAC-2 미사일의 요격시간은 2분 13초 정도다.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은 최근 “북한이 발사한 새 미사일은 기존 미사일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요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유일한 타깃은 한국

SS-21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30∼50km 확장된 KN-O2 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해 개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배치한 장사정포와 ‘프로그’ 미사일은 사거리가 짧아 서울 이남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없는 만큼 대체 전력으로 개발됐다는 것.

벨 사령관은 이달 초 관훈토론회에서 “성능이 개량된(advanced)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한국과 한국군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됐다”고 밝혔다.

KN-O2 미사일을 휴전선 인근에서 발사하면 경기 평택시로 이전하는 주한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은 전략무기인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외에 남한과 주한미군에 대한 전술적 위협을 높이기 위해 단거리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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