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래식무기감축조약 참가 유예

러시아가 14일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참가 유예를 선언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크렘린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 정세를 연방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즉각적인 조치를 필요로 하는 ‘비상상황’(Extraordinary Circumstances) 으로 규정하며 CFE 참가 중단 법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의 CFE 참가 유예 선언은 미국의 동유럽 국가 미사일방어(MD) 체제 설치 움직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CFE는 냉전시대의 사실상 종결을 확인한 동서 양진영이 협력해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행중단 움직임에 따라 냉전 이후 미-러 간에 최악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게 됐다.

CFE는 1990년 11월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체결한 재래식 전력 감축조약. 군용 항공기와 탱크 등 재래식 전력의 보유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는 1999년 개정한 CFE의 비준 절차를 마쳤지만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러시아가 몰도바와 그루지야에서 러시아군을 철수해야 한다며 비준을 미뤄왔다.

한편 러시아의 이날 발표에 나토와 미국은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제임스 애퍼투라이 나토 대변인은 “동맹들은 이 조약이 유럽안정에 중요한 초석이 될 조약으로 신속히 비준될 것을 기대해왔다”며 “러시아의 결정은 잘못된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의 한 관리는 CFE 회원국의 탈퇴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식 발표 후 150일이 지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든 존드로 미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최선의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향후 몇 달간 논의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