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명품무기 ‘꿈의 10억 달러 수출탑’ 정조준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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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실입니까. 확실하죠?” 지난달 20일 가슴 졸이던 방위사업청과 방위산업(방산)계 관계자들이 ‘터키발(發) 낭보’에 쾌재를 불렀다. 터키 국방부가 한국산 기본훈련기(KT-1)와 차기 전차를 도입하기로 공식 발표한 것. 수출 규모는 5000억 원 이상으로 2001년 K-9 자주포(10억 달러)에 이어 방산 수출 역사상 두 번째다.》

■ 방위산업, 새로운 수출효자로 떠올라

방산업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사기가 충천하다. 대당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초음속 훈련기와 척당 수천억 원짜리 잠수함 등 우리 손으로 만든 첨단 무기들의 수출 전선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1970년대 소총과 탄약 생산으로 걸음마를 뗀 방산업계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든 ‘명품 무기’들이 세계시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 방산 수출이 꿈의 10억 달러 고지를 돌파하면서 한국 방산이 ‘르네상스’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방산 기술을 미국에서 도입해 개발한 무기들도 있지만 수출에는 아무런 제도적 장애가 없으며 미국과의 방위 협조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T-50과 KT-1 세계로 비상=올해 방산업계의 초미의 관심은 국산 첫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의 아랍에미리트 수출 성사 여부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세계시장을 겨냥해 공동 개발한 T-50은 현재 영국, 이탈리아의 기종과 경합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달부터 현지 시험평가를 실시해 연말 기종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T-50의 아랍에미리트 수출이 성사되면 한국 방산은 신기원을 맞게 된다. T-50의 대당 가격은 중형 승용차(대당 2000만 원 기준) 1150대와 맞먹는 약 230억 원. 아랍에미리트(UAE)는 공군 훈련기로 50∼60대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T-50이 선정되면 수출 금액은 최대 1조3000억 원에 이르러 방산업계 역사상 최고의 ‘대박’이 터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T-50을 차기 훈련기로 검토 중인 미국이나 그리스 등에 진출할 수 있는 탄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어 정부도 T-50의 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 등 첨단 항공기술이 결집된 T-50은 현존 고등훈련기 중 최고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 기종들이 구세대인 반면 T-50은 처음부터 F-22, 유로파이터 등 차세대 전투기의 조종 훈련용으로 개발됐다는 장점도 있다. KAI 관계자는 “향후 25년 내 전 세계 공군의 고등훈련기 소요는 약 2500대로 예상되는데 T-50의 점유율을 30%(약 1000대)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투기 조종사의 기초훈련을 위해 제작된 KT-1 기본훈련기도 2001년 인도네시아(12대)에 이어 최근 터키(30대 이상)와 수출 계약이 체결돼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등에서 추가 주문이 기대되고 있다.

▽차기 전차 ‘디지털’로 승부=국방과학연구소(ADD)와 로템 등 국내 방산업계가 12년간 2000억 원을 들여 독자 개발한 차기 전차는 기술 이전을 통한 현지 생산방식으로 터키에 수백 대가 수출된다.

국산 전차의 수출이 처음인 데다 양산도 되지 않은 차기 전차의 대량 수출이 성사되자 업계는 국내 기술력의 개가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차기 전차는 기동력과 화력, 생존성 등에서 미국의 M1-A2, 프랑스의 르클레르 등 선진국 주력 전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대에 개발된 기계식 전차와 달리 컴퓨터 정보기술(IT)을 극대화해 사격 명중률 등이 개선된 ‘디지털 전차’라는 점도 앞으로 세계 전차시장에서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개발 완료 행사를 치르고 연말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차기 전투보병장갑차도 세계 정상급 성능을 보유해 수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209급 잠수함 한 척에 4억 달러=방산업계의 최대 숙원인 10억 달러 수출을 이뤄 낼 ‘첨병’으로 T-50 외에 209급 잠수함(1200t급)이 꼽힌다.

국내 방산업계는 독일업체와 기술 제휴로 209급 잠수함 9척에 이어 214급 잠수함(1800t)까지 건조하면서 축적한 세계 정상급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잠수함 수출국’의 꿈을 겨냥하고 있다. 그 첫 타깃은 2024년까지 한국과 러시아, 중국을 대상으로 12척의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인 ‘인도네시아’. 지난해 초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세일즈에 나서는 등 군 당국과 업계가 전력투구하고 있다.

잠수함의 수출은 방산업계에선 ‘대박’으로 불린다. 209급 잠수함의 척당 가격은 3250억∼3720억 원으로 최대 중형 승용차(대당 2000만 원 기준) 1만8600대의 수출과 맞먹기 때문이다.

▽그 밖의 ‘기대주들’=K-9 자주포는 2001년 터키 수출을 계기로 호주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K-9 자주포에 탄약을 자동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로봇형 탄약운반장갑차인 K-10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또 적의 레이더망을 피해 150km 떨어진 목표물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파괴할 수 있는 함대함(艦對艦)미사일인 해성(海星)과 미국의 스팅어나 프랑스의 미스트랄보다 가볍고 명중률이 높은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인 신궁(神弓)도 향후 ‘수출 효자’로 주목받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한국 방위산업 현황

현재 국내 방위산업체는 80여 개이지만 전체 방산 수출의 90% 이상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LIG넥스원, 두산인프라코어 등 상위 5개사가 차지하고 있다. 1999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산업, 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통합돼 설립된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 종합업체다. 항공우주산업과 관련된 군수 및 민수사업을 이끄는 방산업계의 대표 주자로서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한 KT-1 기본훈련기와 세계에서 12번째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을 개발했다. 삼성테크윈은 국내 유일의 지상전투장비 제작업체로 1000대 이상의 K-55 자주포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정상급 성능의 K-9 자주포를 개발해 터키에 수출했다. 삼성탈레스는 유도무기와 함정용 전투지휘체계, 항공전자 분야에서 국내 선두를 달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대표적인 유도무기 전문생산업체로 함대함 미사일인 해성과 잠수함 공격용 경어뢰인 청상어 등을 개발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전투장갑차와 지대공 유도무기를 비롯해 각종 함포와 어뢰 발사대 등을 제작하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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