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보고서 유출 중간고리’ 김모 씨는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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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 김상우 기술본부장에게서 37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를 입수해 주간지 기자에게 건넨 김모(40) 씨가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 씨가 왜 이 보고서를 입수해 언론을 통해 공개했는지를 놓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 간의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김 씨는 결혼정보업체인 P사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또 다른 결혼정보회사, 이벤트 컨설팅사, 인터넷에서 기념품 전문 쇼핑몰 등을 관리하는 회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P사는 ‘소수정예’ 회원제로 2001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설립됐으며 직원 30명에 자본금 5억 원, 매출액 2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정치권과 재벌가 자녀들의 혼사를 추진하며, 최근 전직 대통령 손녀와 대기업그룹 손자의 결혼을 성사시킨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서울 모 대학 경제학과 87학번으로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은 것으로 알려진 김 씨는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행사에 자주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홈페이지와 미니홈피에 전직 대통령 부부 등 정치권의 유력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올려 인맥을 과시했다. 2006년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청년부문 단체인 ‘뉴라이트청년연합’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올해 초 2기 대표단에도 연임돼 활동하고 있다.

24일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로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 변조 유출 경위가 일부 드러나자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측이 다시 날선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는 “김 씨가 김상우 수자원공사 기술본부장에게서 받은 경부운하 보고서를 뉴라이트청년연합 공동대표인 ‘친(親) 박근혜’ 성향의 A 씨에게 줬고 A 씨를 통해 박 전 대표 캠프로 보고서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A 씨는 너무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뉴라이트전국연합 본부로부터 경고까지 받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 측은 김 씨 역시 ‘친 박근혜’ 성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맞섰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유승민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시장 측이 내가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하는데 김 씨는 일면식도 없으며 김 씨와 친하다는 A 씨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나는 37쪽이든 9쪽이든 보고서를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서는 A 씨에 대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에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어 신뢰하지 못할 사람”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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