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윤리강령 ‘더 촘촘히…더 엄하게’

  • 입력 2007년 6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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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 닥쳤을 때 골프를 치면 안 되고, 직무상 해외출장 때는 관광도 금지한다. 직무상 연관된 사람에게는 돈도 빌리지 말고, 로비를 받는 과정에서 1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접대도 받아서는 안 된다.’ 4·25 재·보궐선거 이후 당 쇄신을 위해 노력해 온 한나라당이 정당 사상 최초로 강력한 자체 윤리강령을 마련했다.

그동안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골프, 해외여행, 술자리 추태, 금품 로비, 성추행 등으로 여러 차례 홍역을 앓아 온 한나라당이 자체 윤리강령을 통해 활동 규범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윤리강령을 어길 경우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게 된다. 하지만 윤리강령의 내용 중에는 국회의원 등의 활동을 제약하는 경우도 있어 심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3일 본보가 입수한 ‘한나라당 윤리강령’ 최종안에는 골프, 해외여행, 로비, 금전 거래, 선물 수수, 외부 강의, 성추행 등에 대한 상세한 금지 규정이 포함돼 있다.

모두 23개 조항으로 구성된 윤리강령은 당직자와 선출직의 세부적인 활동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해외출장 시 목적, 일정, 경비 출처를 당에 신고하고 관광, 유흥, 골프, 친인척 방문은 일절 금지했다. 경비는 당, 국가, 지자체가 아닌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후원받지 못하도록 했다.

골프도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 발생하거나 △자연재해나 대형사고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경우 △근무시간 중 △직무와 관련된 장소에서 △직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와 동행하거나 안내, 지원받는 경우에는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의원들의 일상 업무나 다름없던 대(對)정부 로비활동도 금지했다.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공직자와 접촉하거나 알선을 중개하는 행위를 못하도록 한 것. 특히 1회 10만 원(총 4회 합계 30만 원) 이상의 선물이나 금품과 함께 로비를 받는 것도 금지했다.

의원들은 결석계를 제출하거나 공식 출장을 제외하고는 국회와 지방의회 회의에 불참할 수 없도록 했다. 지역구 활동도 불참 사유에서 제외했다. 회의에 지각할 수 없으며 미리 자리를 떠나지도 못하도록 했다.

또 직무와 관련된 이해 관계자(친인척 제외)에게서 돈을 빌리거나 부동산을 무상, 또는 저가(低價)에 대여 받지도 못하도록 했다. 직무가 자신의 가족이나 4촌 이내의 친인척 이해와 관련됐을 경우 당 윤리위에 직무 회피를 상의하도록 했다.

외부 강연 뒤 과도한 보수나 사례금을 받지 않도록 했으며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 성적(性的) 언행을 요구하는 등 상대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일체의 행위도 금지했다.

이 밖에도 △주식 매매 △직무 관련 영리행위 및 겸직 △국정감사 등에서 고압적인 언행도 금지했다.

한나라당은 4일 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번 주 중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할 방침이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새로운 정치문화를 위해 국내 공무원 윤리강령은 물론 미국, 일본 등의 의회 윤리규정도 참조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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