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감싸고 유시민 챙기고

  • 입력 2007년 4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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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은) 역시 실세 중의 실세다.”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에서 대북 비밀 접촉을 한 안희정 씨의 무혐의를 강조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이런 얘기가 무성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한 ‘민간인’의 위법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오랜 동지로서 정권 초기 ‘동업자’로까지 불렀던 안 씨이기에 은밀히 비밀 접촉을 지시했고, 뒤늦게 문제가 발생하자 “내 지시에 따른 것으로 법적 문제가 없다”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는 것.

사실 안 씨에 대해 노 대통령이 공·사석에서 보인 애정은 각별하다. 현 정부 출범 초인 2003년 5월 1일에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안 씨는 나의 동업자이며 나로 말미암아 고통받고 있다”며 안 씨와 연관된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사실상 압박했다.

특히 안 씨가 2003년 12월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을 때는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2004년 3월 11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안 씨가 2억 원을 유용해 아파트를 샀다고 하는데 옛날 집을 팔고 새 집을 사는 과정에서 일시 자금을 융통해서 지급한 것은 사실이나, 결국 옛 아파트를 팔아서 지급했다고 하니, 엄격히는 유용에 해당할 수 있겠으나 착복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마치 법정 변호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구속 중인 안 씨에 대한 최고권력자의 이 같은 변호가 사정기관에 ‘가이드라인’ 또는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편 안 씨의 대북 비밀 접촉 사건에 대한 노 대통령의 태도는 2003년 3월 현 정부 출범 초 불거졌던 나종일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비밀 접촉 사건 때와 대비된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월 20일 당시 주영대사 신분이던 나종일 씨가 대북 비밀 접촉을 한 사실이 확인됐을 때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나 보좌관에게 “투명하게 하는 게 옳다. (나 보좌관이) 기자들에게 가서 브리핑 하시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번에는 진상 공개보다는 안 씨 두둔에 힘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관 때문에 연금법 부결한건 아닐것” 국회 우회비판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대북 비밀접촉으로 궁지에 몰린 측근 안희정 씨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발언을 한 데 이어 국민연금법 개정안 국회 부결로 사의를 표명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감싸는 발언도 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이 유 장관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는 정치권 일각의 해석에 대해 “장관 때문에 부결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닐 것이다. 국회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있느냐”며 유 장관을 두둔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런 뒷얘기들은 흔히 정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얘기지만 저는 국회가 장관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을 갖고 이런 중요한 법을 부결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떻든 그런 얘기가 있고 하니까 장관보다 국무총리가 정면에 나서서 문제가 성사되도록 노력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2002년 대선 때 개혁국민정당을 만들어 노 대통령을 적극 지원했을 뿐 아니라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위기에 몰릴 때마다 적극 엄호해 ‘노빠’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유 장관은 범여권에서 ‘잠룡’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노 대통령은 유 장관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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