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40대의 포기없는 밀입북 기록

  • 입력 2007년 4월 5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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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후 상경해 택시 및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어렵게 살던 이모(43) 씨는 1998년 이혼을 당했다. 3년 뒤엔 직장마저 잃었다.

그는 이후 경기 북부 '민간인출입통제선' 내의 낡은 주택을 구입해 홀로 지내오면서 이혼과 경제적 궁핍 탓에 사회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북한에서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그는 2005년 4월 중순경 중국 단둥(丹東)행 여객선에 올랐다. 밀입북 직전 그는 중국 라요닝(遼寧)성의 공안 당국에 적발됐다. "한국 측에 밀입북 사실을 알리지 않을테니 돈을 달라"는 요구에 그는 40만 원을 건넸고, 결국 한국으로 쫓겨났다.

지난해 9월 초 이 씨는 두 번째 밀입북을 시도했고, 중국을 거쳐 평북 신도군의 비단섬에 도착해 난생 처음 북한 땅을 밟았다.

"북한은 평등하고, 배급도 줘서 살려고 왔다"고 북한군에게 하소연 했지만 그는 입북 23일 만에 중국으로 추방됐다. 300 달러를 요구한 중국공안에게 또 다시 돈을 빼앗긴 그는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1월 말 다시 단둥항 입국 심사과정에서 여권을 빼앗겼지만 2월 초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다. 천신만고 끝에 북한의 의주군에 도착한 그는 10여 일 동안 북한 군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다시 중국으로 쫓겨났다.

이달 초 자택에서 국가정보원에 의해 체포된 그는 조사과정에서도 "북한에서 살고 싶은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압수된 그의 일기장에도 "자존심이 상한다. 조국인 북한에 들어가는 것도 죄라는 말인가"라고 적혀 있었다.

국정원으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오세인)는 이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4일 구속하고, 이 씨가 북한 당국의 지령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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