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비서실장 "참여정부에 하산은 없다"

  • 입력 2007년 3월 12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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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에 하산(下山)은 없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 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도전적 마무리'를 취임 일성으로 던지며 비서실 다잡기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이날 취임식에서 '임기 후반, 하산 아닌 정상 향한 마지막 코스'라는 제목의 취임사를 읽어 내려가며 거듭 직원들에게 새로운 각오로 분발해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지난해 5월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뒤 10개월 만에 복귀한 문 실장은 "밖에서 보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많았는데, 열정과 충정으로 대통령님을 잘 보필해 주셨다"고 격려한 뒤 세 가지를 특별히 당부했다.

그는 먼저 "참여정부의 성공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분명히 갖자"면서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하루도 헛되이 보내거나 만만하게 지나가는 허술함이 없어야 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말년의 해이를 각별히 경계하자"며 도덕성을 끝까지 지켜나가자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청와대 비서실의 업무영역인 대통령 보좌 기능과 관련해 "마무리의 마음이 아니라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각자 마음을 다잡자"고 당부했다.

청와대부터 이런 마음가짐으로 솔선수범해야 공직사회도 이를 본받고 책임있게 움직인다는 말이었다.

그는 앞으로의 1년에 대해 "5년 임기의 1년은 조용히 유종의 미를 거두는 마무리의 기간으로만 삼기엔 너무도 길고 소중한 시간"이라며 의미를 부여한 뒤 분발이 필요한 이유로 "많은 일들이 남아 있고, 미처 못한 과제도 있고, 성과를 더 내야 하는 과제들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춘추관에 들러 비서실장으로 기자들과 상견례를 한 자리에서도 "세상일이 그렇듯 마지막 마무리가 중요한 법"이라며 마무리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도 "국정의 마무리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참여정부의 국정철학, 정신을 끝까지 지켜나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역할에 대해 문 실장은 "다들 저한테는 과분한 요구들인데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잘 해낼지 걱정도 많다"고 소회를 나타냈다.

법조인이자 재야 출신이기 때문에 전공분야처럼 익숙한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과는 달리 대통령 비서실장이란 자리는 "전 분야에 걸쳐 종합적 안목이 필요한 데다 지금 쉬운 상황이 아니다"는 이유에서다.

문 실장은 이 자리에서 개헌 문제와 관련해 "개헌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대통령께서 최근 차선의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초 방침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헌에 대한 여론이 그렇게 나쁘다거나,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실장은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찬성하고 있고, 다만 시기에 대해 '지금이 좋으냐' 아니면 '차기 정부에서 하는 것이 좋으냐'로 의견이 나뉘고 있지만 그 부분은 야당의 주장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지금 개헌을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합리적이냐,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것이 합리적이냐, 더 나아가 과연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런 문제 등에 대해서 제대로 논의가 되고 성찰이 된다면 여론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나 운영 기조 변화 여부와 관련해 "비서실도 잘해왔던 만큼 지금까지 해왔던 방향을 수정한다거나 바꿀 생각은 없다"면서 "비서실 진용 개편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역대 정부를 보더라도 마지막에 이런 저런 사고들이 생겨 국가에도 정권에도 부담 준 일이 많았기에 이를 거울삼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작정"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취임사에서도 "도덕성은 참여정부 힘의 원천이지만 끝까지 지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말해 청와대 내 기강해이나 정책 누수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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