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 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 마감

  • 입력 2007년 3월 7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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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총리.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명숙 총리.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명숙 전 총리가 7일 10개월여 걸친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직을 마감하고, '친정'인 열린우리당에 복귀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 중앙청사에서 이임식을 갖고 총리로서 마지막 일정을 수행한 뒤 곧바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임채정 국회의장을 잇따라 찾아가 '정치인 한명숙'으로서 새 출발을 다짐했다.

한 전 총리는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과 중앙부처 간부 100여명이 참석한 이임식에서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소통과 어울림의 정신을 정책에서 다소나마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 덕분"이라며 공(功)을 돌린 뒤 "해결해야 할 무거운 과제들을 남겨놓고 떠나게 돼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임식은 지난해 4월20일 취임식에 이어 이번에도 서열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뒤섞여 앉도록 하는 '형식파괴'가 시도됐다.

이임식을 마친 한 전 총리는 오전 10시 30분께 청사 본관 앞에 모여든 총리실 직원 200여명의 박수 속에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퇴장했고, 곧바로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를 찾아 정세균 의장 등 당직자들과 당 복귀신고를 겸한 상견례를 가졌다.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시작-해피한(韓) 당 복귀, 한명숙 총리님 사랑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당사에 내걸고 별도의 환영식을 마련할 정도로 한 전 총리의 친정 복귀가 당의 활력소로 작용하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정세균 의장은 "한 전 총리의 복귀는 당의 전력을 크게 증가시킨 경사"라고 반가움을 표시했고, 김영춘 최고위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존경하는 한 전 총리가 당 복구의 견인차 역할을 해달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전 총리는 당의 환대를 예상하지 못한 듯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면서 "이제 제자리인 정치인으로 되돌아왔다. 통합과 열린우리당의 신뢰회복에 있는 힘을 다해 기여하겠다"고 당의 활로 모색에 적극 임할 뜻임을 피력했다.

또 이미경 의원이 "미국과 프랑스도 여성 대통령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 희망을 얘기하겠다. 한명숙 대선후보는 어떤가"라고 치켜세우자 "당의 희망이 그렇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이다. 깊고 열심히 고민하고 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오픈 프라이머리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행보도 가다듬고 당과 상의해 앞날을 찬찬히 생각하겠다. 첫날이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좀 기다려 보시죠"라고 즉답을 피한 채 당분간 휴식을 겸한 정국구상에 들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한 총리의 퇴임으로 총리실은 곧바로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총리 직무대행체제로 들어갔다. 권 직무대행은 이날 이임식 참석 후 중앙청사 18층에 위치한 경제부총리 집무실에서 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의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한 뒤 청사 별관에서 총영사회의 오찬을 주재했다.

권 직무대행은 후임 총리 취임 직전까지 과천과 중앙청사를 오가며 간부회의 등 일상적 일정과 8일 나집 나작 말레이시아 부총리 환영만찬, 14일 제주 4·3 사건 명예회복위원회 등의 대외일정을 소화한다.

한편 김성진 비서실장 등 비서실 참모들은 당분간 총리실에 머물며 후임 총리 인사청문회 준비작업 등을 한 뒤 신임 총리가 취임하는 대로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고, 일부 참모는 한 총리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캠프를 차릴 경우 합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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