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빈둥대던 사람이 비난” “민주화 희생자 대한 모독”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이명박 전 서울시장(오른쪽)이 2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소득 4만 불 시대를 여는 창의적 문화관광 조찬 세미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오른쪽)이 2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소득 4만 불 시대를 여는 창의적 문화관광 조찬 세미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 사이 ‘설전(舌戰)’이 격화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27일 자신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최근 1970, 80년대 산업시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토목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요즘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1970, 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정책자문 교수모임인 ‘바른정책연구원’(원장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 주최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조찬 세미나에서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렇게 시끄럽다”며 “(이런 비난에) 저는 말 상대를 하지 않고 웃고만 있다.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고 했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비판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 전 지사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시장은 또 “국가 인프라는 국민소득 5만 달러, 10만 달러가 되더라도 시대에 맞는 것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국가의 큰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와 측근들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대우포럼 초청 특강에서 “아무나 법과 원칙을 말할 수 없다. 선거법을 위반하고 범죄인을 해외로 도피시킨 사람이 어떻게 법과 원칙을 말할 수 있느냐”며 이 전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손 전 지사는 “대운하론이 글로벌 시대에 맞는 국가운영전략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응수하기도 했다.

손 전 지사의 측근들도 이 전 시장 때리기에 가세했다. 한 측근은 “1970, 80년대 민주화를 위해 희생해 온 분들에 대한 모독이자 지도자로서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손 전 지사의 반응에 이 전 시장 측도 발끈했다. 이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일반적인 얘기를 했을 뿐인데 마치 민주화세력을 비판하는 듯 이상하게 의미를 부여해 비판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도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섭정경연구원 출범식 축사에서 “어쩌다 민주화시대 사람은 산업시대를 비난하고 산업시대 사람은 민주화시대를 비난하게 됐다. 모두가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세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을 마치 ‘산업시대 vs 민주화시대’로 양분해 공세를 취하는 손 전 지사 측에 대한 우회적 반격인 셈이다.

당내 경선 룰을 놓고서도 신경전이 만만치 않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이 화합하고 단합하려면 (경선 때까지 기간이) 너무 길면 좀 어렵지 않느냐”며 “이게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본다”고 말해 현행 당헌 당규대로 ‘6월 경선’을 선호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경선준비위원회 대리인인 정문헌 의원은 “경선시기를 연기해 후보의 정책적 소신과 자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맞섰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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