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후보 검증' 공방 재연 조짐

  • 입력 2007년 2월 9일 17시 08분


한동안 잠잠했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간 '후보 검증' 공방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서 공개적으로 이명박 전 시장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를 거듭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검증은 당 차원에서 해야 한다"며 캠프 차원의 검증론 재점화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측근 들은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의 '칼날'을 더욱 곧추세우는 분위기다.

후보검증론을 처음 제기했던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치웹진 프리존 2주년 기념식에서 이 전 시장을 겨냥, "생수 팔다 실패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어떻게 됐느냐. 이 전 시장도 자기사업을 하다 망했는데 남 밑에서 월급쟁이 사장 하는 것과 사업은 천지차이"라고 원색 비난했다고 참석자들이 9일 전했다.

유 의원이 말하는 개인사업이란 이 전 시장이 한때 관여했던 금융 벤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회사 사장을 지냈다고 대통령이 되고 경제가 잘 된다면 지금의 삼성전자 사장을 데려다 놓으면 더 잘하지 않겠느냐"면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적당히 타협하고 비실비실 끌려다니는 사람, 국가운영을 장사하듯 계산으로 하는 사람들이 과연 대한민국 파괴세력의 도발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킬 수 없는 공약으로, 강바닥을 파고 시멘트를 발라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따져보기도 전에 말이 안 된다. 국민을 이렇게 속여서는 안된다"며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쏟아냈다.

그의 이날 발언은 '욕'을 좀 먹더라도 검증론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비쳐졌다. 실제 그는 "검증론 때문에 최근 한달간 '김대업보다 나쁜 놈', '한나라당 분열을 조장하는 놈'이라는 숱한 비판을 받았지만 검증론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법률 특보인 정인봉 변호사도 이날 "그동안 이 전 시장의 도덕성과 자질, 재산 형성 과정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왔다"면서 "13일경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도덕적 문제점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그냥 지나가면 나중에 본선에서 상대 측이 문제점을 제기하면 당이나 국민에게 진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게 된다"면서 "후보검증도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저의 생각이나 캠프의 생각은 아니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했다"면서 "캠프에 들어온 이상 개인의 생각이란 없으며, 개인 생각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며 정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제지했다. 그는 "정 변호사도 (내 뜻을) 알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아직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으나 박 전 대표의 지적이 있었던 만큼 기자회견 계획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는 "측근들의 발언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이 담긴 것이 절대 아니다"면서 "다만 측근들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논란성 발언을 하는 것 같은데 정 변호사도 결국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 진영에서 조직적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하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시장의 대리인으로 당 경선준비위에 참여하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예고편까지 때리는 것은 전형적인 네거티브 전략"이라면서 "한나라당 후보가 도적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자체가 '해당행위'로,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측근도 "도덕성 운운하며 누구는 하는 척 하고, 누구는 말리는 척 하는 것은 유치한 정치공작"이라면서 "당에서 이런 식의 정치공작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측근은 "두 사람 이외에도 일부 박 전 대표 캠프 핵심인사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명박 캠프에서 원외 당직자들을 협박해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등의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수한 당 경선준비위원장은 이날 2차 회의에서 "그런 문제들을 충분히 토론하고 결정하기 위해 경선준비위를 만든 게 아니냐"면서 "개인적 발언이긴 하지만 그것은 당과 국민에 굉장한 걱정과 근심을 유발하는 만큼 각 후보 진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지고 단속하라"고 경고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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