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걱정하세요” 北에도 한류 ‘넘실’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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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도 한류(韓流)가 거세게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대거 유입되면서 평양 등에서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등장하는 대사인 “너나 잘하세요”를 변형한 “너나 걱정하세요”라는 말이 유행어로 번지는 등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남한풍(南韓風)’이 불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는 등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 드라마 6개월이면 북한 유입”=남한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로 알려졌다. 중국을 드나드는 여행자나 행상 등이 많아지면서 ‘장군의 아들’ ‘사랑이 뭐길래’ 등 1990년대 남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와 드라마들이 이들을 통해 북한 주민 사이에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

최근에는 남한에서 개봉된 영화나 드라마는 6개월∼1년이면 대부분 북한에 유입되며 평양뿐 아니라 개성이나 남포, 함북 등 국경지역의 주민에게까지 남한 영화나 드라마 시청이 일반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한국에 입국한 20대 탈북자는 “중국산 중고 비디오나 DVD플레이어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평양뿐 아니라 함북 등 국경지역에서도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한두 번씩 보지 않은 젊은이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부와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이 지난해 10월 탈북자 3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한 가요와 드라마가 광범위하게 퍼져 ‘가을동화’ ‘올인’ ‘불멸의 이순신’ 등이 큰 인기를 끌었으며 배용준, 장동건, 김희선 등 남한 배우의 인기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당국자는 1일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남한풍’은 북한 젊은 층의 말투와 헤어스타일, 패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의 10, 20대 사이에서는 ‘서울 말투 배우기’와 앞머리를 삐죽삐죽 내린 이른바 ‘칼머리’가 유행하고 있고, 통을 좁게 해 다리에 딱 달라붙는 ‘맘보바지’나 찢어진 청바지인 ‘찐바지’를 입은 여성도 많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골머리 앓는 북한 당국=‘남한풍’이 북한에 확산되자 북한 당국은 사상 재무장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의 심리 모략전을 차단하고 이색 생활풍조의 유입을 경계하자’는 취지의 대민 선전을 강화하고 있는 것.

북한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지난달 25일 ‘인민반(최소 행정단위) 사업을 더욱 개선 강화하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색적인 사상요소나 생활풍조가 내부에 스며들지 못하게 함으로써 혁명 수뇌부의 안전과 사회주의 제도를 더욱 믿음직하게 보위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또 지난해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 중국 단둥(丹東)을 거쳐 수입된 VCD플레이어 5000여 대의 반입을 금지하는 한편 당과 군, 청년조직을 총동원해 ‘남한풍’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은 사회 저변에 변화 욕구가 증대될수록 체제균열 요인 또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경공업 투자 증대에 나서는 등 민생 안정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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