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언론은 불량상품… 고발하라”

  • 입력 200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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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실한 상품이 돌아다니는 영역은 미디어 세계다. 불량 상품은 가차 없이 고발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4일 또다시 언론에 대한 ‘한풀이성’ 발언을 쏟아 냈다. 이날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국장급 이상 공무원 등 250여 명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다. 당초 25분 예정이었던 마무리 발언은 50분 정도로 늘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을 지목해 “사실과 다른 엄청나게 많은 사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로 마구 쏟아지고, 누구의 말을 빌렸는지 출처도 불분명한 의견이 마구 나와서 흉기처럼 사람을 상해하고 다닌다”며 “아무 대안이 없어도 상관없고, 그 결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배상도 안 하는 상품이 하나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소비자 주권의 시대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분야는 이 분야(언론)”라며 “여러분은 너무 기죽지 말라. 공직사회가 이 언론 집단에 절대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일 나쁜 것이 유착이다. 유착하지 말라”고 목청을 높였다.

노 대통령은 전날 신년인사회에서 “살찐 건강한 돼지를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싶다”고 한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염두에 둔 듯 “나는 돼지 한 마리를 잘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언론이) 꼬리만 딸랑 그려 놨다. 그것도 밉상스럽게 그려 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른바 ‘박정희 신드롬’도 평가 절하했다. 경제개발의 주역은 공무원이며 박 정권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요즘 많은 사람은 박정희 시대가 성장의 기틀을 잡은 것이라고 얘기한다.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긴급조치하고, 사람 잡아놓고, 죽이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일까’, ‘5·16쿠데타가 없었으면 우리가 그리로 오지 못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 본다. 아마 어떤 경우라도 (성장이) 왔을 것이다. 공직자들의 우수성이 그 해답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나는 사실 매우 어렵다. 뭘 잘못했는가 매일 매일 돌아본다”며 “내가 적어도 국정 파탄의 주범으로 몰릴 만큼 그렇게 큰 과오는 발견하지 못했다. 갈등 친화적인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동안 계속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 대통령이 이용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쓴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회의장 분위기가 한때 싸늘해지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회의 도중 “대통령의 말이 보수 언론들을 통해 자주 보도되면서 노동자와 서민들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앞으로는 가급적 말을 아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말을 가려서 해 달라’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는 등 언짢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의 언론 관련 발언에 대해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개인이 아닌 대통령으로서 언론 전체를 싸잡아 불량 상품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감정적 표현으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민웅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이야말로 독자와 시청자에게서 구독 부수와 시청률을 통해 무서운 평가와 감시를 받는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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