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말고는 꿀릴게 없다니…” 한나라당 盧대통령 성토

  • 입력 2006년 12월 29일 03시 00분


28일 이재오 최고위원(오른쪽)이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이성을 찾기 바란다”며 비판하는 것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경청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28일 이재오 최고위원(오른쪽)이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이성을 찾기 바란다”며 비판하는 것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경청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한나라당이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했다.

노 대통령이 27일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 오찬간담회에서 “부동산 말고 꿀릴 것이 없다” “경제가 결코 나쁘지 않다”라고 발언한 것을 겨냥했다.

이날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갈 데 없으면 청와대에 앉아 이성을 되찾아라” “대통령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다”는 등 거친 표현도 나왔다.

먼저 김형오 원내대표가 “부동산 문제로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고통과 절망감을 주고도 그렇게 쉽게 말하고 쉽게 넘어가도 되는 문제인지, 대통령의 한마디가 국민에게 주는 영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비롯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그저 ‘꿀릴 게 없다’고 하는 말 한마디로 넘어가는 이 정부를 누가 신뢰하고 따르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정도를 넘었다. 국가 안보를 흔들어 놓았으면 이 추운 겨울에 전방부대나 전투경찰을 찾아가 따뜻한 내복이라도 주든지, 직장 잃고 헤매는 일일노동자 같은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정책의 잘못을 사죄하고 임기를 마감하는 게 대통령의 도리”라며 “지금 하는 것이 무슨 대통령인가”라고 비난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무슨 국회의원 선거 유세하는 것도 아니고 써야 할 말이 있다. 표준어는 교과서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 공직자도 표준어를 써야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매일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젊은 사람들 말이나 흉내 내면 학교에서 국어수업이 이뤄지겠나. 선생님 말씀보다 대통령이 말하는 게 더 재미있는데”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은 추운 겨울에 돈 못 벌어 고생하는 서민을 살피고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라. 가실 데 없으면 청와대에 앉아 있고 다시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주민등록이 말소된 30대 여성이 27일 지하 쪽방에서 영양실조로 숨진 지 며칠 만에 발견된 사건을 거론하면서 “주민등록 말소 인구가 60만 명에 이르러 국민 100명당 1.5명꼴로 사회에서 버림받고 있는데 노 대통령은 정말로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생각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생각해 보라”고 지적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저속한 용어를 거리낌 없이 내뱉는 대통령에게 국민은 이제 연민도 기대도 없다”며 “부동산 말고도 코드인사, 세금폭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북한 핵, 경기 침체, 제이유 게이트 등 정부 여당이 실패한 것을 꼽자면 열 손가락도 모자랄 지경인데 그 많은 실정을 벌써 잊어버린 것을 보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언론을 특권집단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언론은 대통령의 잘못된 언행과 국정 실패에 대한 날카로운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언론은 권력과 유착하기는커녕 권력으로부터 갖은 냉대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국민의 편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노 대통령을 성토했다.

이상배 의원은 ‘갈 데까지 간 대통령’이란 글에서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국민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앓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하산 길에 있음에도 미숙한 386 참모들과 술을 마시고 갈지자로 하산하는 삼류 아마추어처럼 막가파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군현 의원은 노 대통령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발언에 대해 “거칠고 원색적인 단어 사용, 허공을 후려치는 듯한 삿대질, 격정적인 어투는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국민 선동 연설과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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