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후 정치 겨냥 ‘노무현 당’ 만들기?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깨끗이 정비된 집터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집터 예정지인 경남 진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9-1 전경. 원래 잡목 등이 우거져 있었으나 노 대통령의 형 건평 씨가 3개월 동안 깨끗이 정비했다. 진해=강정훈 기자
깨끗이 정비된 집터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집터 예정지인 경남 진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9-1 전경. 원래 잡목 등이 우거져 있었으나 노 대통령의 형 건평 씨가 3개월 동안 깨끗이 정비했다. 진해=강정훈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민주당과의 통합을 전제로 추진하는 ‘통합신당’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데 이어 ‘연정(聯政)이 바람직한 정치구도’라는 발언을 계속해 과연 그 지향점이 무엇인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노 대통령 퇴임 후 구상?=전당대회에서 열린우리당의 진로를 결정하자며 당내 통합신당파를 압박하고 있는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그룹은 ‘내년 2월 전당대회 개최→신당파 밀어내기→독자적인 대통령 후보 선출’이란 시나리오를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 당 복귀가 예상되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영남권 주자를 자처하는 김혁규 전 최고위원 등이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를 치르겠다는 구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전인 3일 작성한 ‘당원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탈당은 절대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구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라는 분석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이처럼 당의 진로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배경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퇴임 후 정치를 계속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달리 2008년 2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해도 62세의 ‘젊은 정치인’이다. ‘노무현 당’이 건재하면 퇴임 후에도 정치를 하기에 충분한 나이다. ‘열린우리당은 (호남)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당’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입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노 대통령 스스로 퇴임 후 구상을 언급한 적도 있다. 올해 8월 20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남 때 “죽을 때까지 한 30년 남은 것 같은데 우리당과 함께하다 눈을 감고 싶다. 당의 고문이라도 하고 싶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외곽 때리기?=노 대통령이 4일 공개한 ‘당원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연정(연합정치)은 불가능하고 다시 제안할 수도 없다”면서도 “연합정치는 한국정치의 발전과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언젠가는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연정 문제를 다시 꺼냈다.

노 대통령은 6일 호주에서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가 머릿속에만 있었는데, 이를 실천하는 호주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호주는 내각책임제 국가다. 그는 “한국은 군사독재를 끝내고 부정부패 청산에는 성공했지만 최종 목표가 아니다. 대화와 타협의 성숙한 민주주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연정을 연상하게 하는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4일 인도네시아에서도 “5개 정당이 여야가 연합정치로 정부를 구성해 정치, 경제를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대단히 성숙한 정치적 역량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문상 대통령 정무기획비서관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협력과 연합정치 문제를 외면할 때 여소야대에 의한 대결정치, 결론을 내지 못하는 교착정치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연정의 필요성을 간접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연정과 함께 중대선거구제도 주장해 왔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인 부산·경남에서 한나라당이 아닌 정당을 기반으로 국회 의석을 확보하려면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수적이다. 또 의원 선거구제 변경은 여야의 협력과 연합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상식이다.

노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나 연정 등 자신의 정치 구상을 실현하려면 자기희생으로 보일 수 있는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노 대통령이 ‘잔여 임기 포기’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은 아주 젊다. 임기 1년을 포기하더라도 이후 20∼30년을 현역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취임 4년이 되는 내년 2월 25일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캔버라=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조기 귀향 뜻 아니라지만…

틈尹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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