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전효숙 없던 일로”…현정부 인사 첫 자진철회

  • 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8월 16일 전 후보자가 헌정사상 첫 여성 헌재 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지 103일 만이다.

현 정부 출범 후 노 대통령이 지명 인사를 자진 철회한 것은 처음이어서 이를 계기로 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전 후보자 지명 철회 배경에 대해 “전 후보자가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덜고 장기 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헌재의 조속한 정상화를 바라는 뜻에서 지명 철회를 요청했고, 대통령도 당사자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전 후보자의 경우 헌재 소장과 함께 헌재 재판관의 지명도 함께 철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후보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나라당의 국회 임명동의안 인준 처리 거부는) 헌법과 헌법재판소를 경시하는 행위”라며 “그러나 헌재 소장 공백 상태가 더 지속되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헌법 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재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므로 제가 후보 수락 의사를 철회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전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계기로 이번 인선을 전담한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참모진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청와대 참모진 인책은) 전혀 고려하는 것이 없다”고 인책론을 일축하고 있다.

새 헌재 소장 후보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손지열(사법시험 9회) 전 대법관과 이강국(사시 8회) 전 대법관이 유력한 가운데 이공현(사시 13회) 조대현(사시 17회) 헌재 재판관도 거론되고 있다.

전 후보자 지명 절차의 위헌성을 들어 지명 철회를 요구했던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국정 운영 정상화를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이날 한나라당이 여야정(與野政) 정치협상회의 개최 전제조건의 하나로 전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한 점을 들어 “노 대통령이 제안한 정치협상회의 정신은 유효하다”며 재차 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 외에 정연주 KBS 사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 등의 임명 및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정치협상회의 개최 가능성은 낮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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