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웃기는…” 北차석대사, 인권결의안 통과에 ‘막말’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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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제1회의실에서 유엔총회 제3위원회 위원들이 북한 인권 결의안 투표를 하는 모습. 결의안은 한국을 포함한 찬성 91, 반대 21, 기권 60표로 통과됐다. 뉴욕=연합뉴스
17일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제1회의실에서 유엔총회 제3위원회 위원들이 북한 인권 결의안 투표를 하는 모습. 결의안은 한국을 포함한 찬성 91, 반대 21, 기권 60표로 통과됐다. 뉴욕=연합뉴스
유엔은 17일(한국 시간 18일) 인도·사회·문화적 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91, 반대 21, 기권 60표로 통과시켰다.

한국은 이번 결의에서 처음으로 북한 인권 결의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은 그동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북한 인권 결의 표결에 불참하거나 기권해 왔다.

이날 통과된 북한 인권 결의는 △고문과 공개 처형, 수용소 강제노역 △사상 양심 종교 의사표현 제한 △북한 주민의 심각한 영양실조 및 경제 사회적 권리 침해 등에 우려를 표명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결의는 이와 함께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총회 기간에 북한 인권의 포괄적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 차석대사, 일본에 ‘막말 폭탄’=김창국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인권 결의는 미국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통과시킨 조작된 문건”이라며 “이번 결의를 단호하게 반대하며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김 차석대사는 특히 “뿌리 깊은 적대심과 재침략 야욕에 ‘미쳐 있는(crazy)’ 일본이 ‘북한 인권법’ 등 웃음거리와 같은 법안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박길연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핵실험 제재 결의 통과에 ‘조폭 같은(gangster-like)’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남북관계 복원에 그림자?=북한은 노무현 정부가 미사일 발사에 쌀과 비료 지원 중단, 핵실험에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찬성으로 대응한 데 이어 인권 결의마저 찬성표를 던지자 “6·15공동선언의 기초를 파괴하고 북남관계를 뒤집어엎는 용납 못할 책동”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18일 담화를 통해 “(남한은) 북남관계에 장애를 조성한 범죄행위로 초래될 모든 엄중한 후과(결과)에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외세의 눈치를 보면서 권력을 지탱하는 자들은 우리와 상종할 체면도 없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로 인해 1년여의 임기만 남아 있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더는 성과 없이 사실상 마감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남측의 인권 결의 찬성이 ‘선언적’ 조치에 불과하며 인도주의적 지원 등 대북정책의 기조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어 적절한 시기에 당국 간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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