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내도 봉급 준 ‘친절한 청와대’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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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가 사표를 낸 일부 비서관이 직장을 구할 때까지 봉급을 계속 지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참여정부 출범 후 사표를 제출하고 청와대를 떠난 비서관 가운데 105명을 분석한 결과 20명에 대해 사표 처리를 미루는 방식으로 재취업이 될 때까지 월급을 챙겨 준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대통령비서실에서 제출받은 ‘대통령비서실 국장급 이상의 임면 현황 및 직위별 재직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서관 20명이 사표 제출 후 정식으로 사표 수리가 될 때까지 1인당 평균 55일치 봉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표 제출 후 봉급을 받은 날짜를 개인별로 보면 10∼114일로 다양했으며 총일수는 1102일이었다.

▽후임자가 왔는데도 월급은 꼬박꼬박=박종문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면직일인 2003년 5월 7일 후임자가 발령됐지만 8월 29일까지 114일간 ‘무임소 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노무현 브리핑’을 만들었고 이후 ‘인수위브리핑’을 거쳐 ‘청와대브리핑’까지 제작했다.

노 대통령의 부산지역 언론특보 출신인 안봉모 전 국정기록비서관은 2004년 5월 18일부터 106일간 대기발령 상태로 비서관 신분을 유지했다.

조광한 전 홍보기획비서관도 2003년 12월 22일 사표를 냈지만 이듬해 3월 8일까지 특정한 보직 없이 비서관 신분을 유지했다. 월급이 꼬박꼬박 지급된 것은 물론이다. 조 씨의 사표가 수리된 3월 8일은 공교롭게도 그가 한국가스공사 감사에 내정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날과 일치한다. 그는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방송 연설을 한 ‘자갈치 아지매’를 발굴했다.

곽해곤 전 국정모니터비서관은 2003년 12월 22일 비서관직에서 물러났으나 이후 71일간 사실상 무임소로 비서관직을 유지했다. 그는 사표가 정식으로 처리된 3월 2일 부동산신탁업협회 부회장에 취임했다. 곽 씨는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 출신이다.

신봉호 전 정책조정비서관은 2003년 12월 22일 자리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2월 16일까지 56일간 특정 보직이 없는 비서관으로 지냈다. 그는 청와대에서 퇴직한 뒤 곧바로 모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지금도 대통령 자문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인사비서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권선택 의원은 2003년 12월 22일 청와대에서 물러났으나 58일 뒤인 이듬해 2월 18일 사표가 수리됐다. 그는 곧바로 17대 총선에 출마했다.

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천호선 전 의전비서관, ‘노사모’ 대표 출신인 노혜경 전 국정홍보비서관도 사표를 제출한 후 처리까지 10∼53일 걸렸다.

▽청와대 “인수인계에 따른 적법 절차”=김 의원은 “한 퇴직 비서관이 ‘대기발령 제도는 청와대를 나간 뒤 곧바로 취업할 곳이 없는 비서관들에 대한 배려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출근을 안 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한 퇴직자들까지 조사를 확대하면 ‘무노동 유임금’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후임자가 발탁되더라도 업무 인수인계 등 필요에 따라 정원을 관리한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직기강 관련 정부 관계자는 “비서관직을 그만두고 후임자가 임명된 뒤에도 상당 기간 월급을 받은 데 대한 법적인 판단은 그 기간에 실제로 ‘근무’했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면직일과 퇴직일이 다른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현황
소속성명퇴직일/전출일(a)면직일(b)a-b(일)후임자 발령일
정책실장실곽해곤2004.3.22003.12.22712003.12.22
인사수석실권선택2004.2.182003.12.2258조직 폐지
행사의전팀권찬호2005.9.202005.8.16352005.8.16
제2부속실김경문2004.9.12004.5.181062004.7.7
홍보수석실김만수2006.5.82006.4.24142006.4.24
인사수석실김판석2005.1.312005.1.7242005.1.15
홍보수석실노혜경2005.7.222005.7.11112005.7.11
홍보수석실박종문2003.8.292003.5.71142003.5.7
정무수석실 정무팀서갑원2003.12.312003.12.2110조직 폐지
홍보수석실송경희2004.3.82003.12.2277총선 전 연말 비서실 개편
정책기획수석실신봉호2004.2.162003.12.2256총선 전 연말 비서실 개편
국정기록안봉모2004.9.12004.5.181062004.6.24
홍보수석실안연길2005.2.32004.11.2932005.1.29
정책실장실양민호2004.3.82003.12.22772003.12.22
홍보수석실유재웅2004.9.62004.8.20172004.8.20
행사의전팀윤훈열2003.12.312003.12.21102003.12.22
홍보수석실이지현2004.2.182003.12.2258총선 전 연말 비서실 개편
홍보수석실조광한2004.3.82003.12.22772004.1.30
혁신관리조명수2006.9.12006.7.28352006.7.28
행사의전팀천호선2006.10.172006.8.25532006.8.9
자료: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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