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맞고요”하던 그들 어디가고…與의원 ‘盧때리기’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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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정부 질문서 앞다퉈 대통령 비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9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작심이라도 한 듯 집단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은 당내 회의나 모임 등에서 가끔 노 대통령을 성토하기는 했지만 국회 대정부 질문처럼 TV로 생방송되거나 여야 의원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시해 왔다.

이처럼 여당 의원들의 달라진 모습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그동안 야당 의원들의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맞서 대통령을 두둔했던 여당 의원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인 김부겸 의원은 사산(死産), 미숙, 불임 등의 단어까지 쓰며 현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민은 성숙한 정부, 포용적인 여당을 기대하지 권력에 도전하고 이념 공방에 주저 없던 운동권의 모습을 보고자 하진 않는다”며 “부동산정책, 과도한 사교육비, 청년 실업과 고용 불안은 정책적 미숙의 증거”라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최규식 의원도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10%에 머물고 있는 사실을 언급한 뒤 “참여정부가 이렇게도 지리멸렬하고 무기력해진 데에는 대통령의 잘못이 매우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경제나 외교 안보 문제에서 걸림돌이 되지 않고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먼저 대통령이 정치보다는 외교 안보와 경제 문제 등 국정 운영에 전념함으로써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당 사무총장인 원혜영 의원은 성인용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 사태와 관련해 “사행성 게임장으로 온 나라가 도박장이 돼 가는데도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원 의원은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정책 위기나 사회 갈등 관련 사항이 국가위기의 범주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사회와 정책분야가 국가위기 범주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바다이야기’ 사태의 심각성을 정부가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야당 의원들도 노 대통령과 정부 ‘때리기’에 가세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노 대통령은 정치에 일절 개입하지 말라”며 “국민의 90%는 지난 대통령선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빨리 임기가 끝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참여정부는 역사적 평가만 강조한다”며 노 대통령을 시대착오적인 계몽 군주에 비유했다.

답변에 나선 한명숙 국무총리는 “정부 책임이다”, “사실 대통령은 부동산, 서민, 북핵 문제 등을 챙기는 데 거의 매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질문을 힘겹게 받아넘겼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민의 꿈 배신한 죄 매로 쳐달라”…김부겸의원 전략부재 자성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왔다.

9일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인 김부겸(사진) 의원은 “정부 여당이 총체적인 국가전략 없이 의욕만 앞세운 채 덤벼들었다가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게 망쳐 놓은 일이 많았다”며 “국가보안법을 포함한 4대 개혁입법이 그렇고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나 행정수도 이전이 그 사산의 증거”라고 말했다.

여당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비판론이 나온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 덕을 봤다”고 한 사안이다.

또 김 의원은 “학생운동에서나 있던 선명성 경쟁이 집권 여당 안에서 벌어지는 사태도 빈번했고 단정적이고 자극적인 어법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며 “정부 여당은 무능에다 오만과 독선의 혐의까지 썼고 집권 여당의 총체적 불임으로 귀착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큰 죄는 국민의 꿈을 고스란히 배신한 것이다. 시대정신의 표상을 자임했던 정부 여당은 집권 이후 뚜렷한 변화와 개혁을 이룬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싸릿대를 한 단 가득 꺾어 국민 여러분 앞에 놓겠다. 이제부터 이 매로 집권 여당의 종아리 살이 터질 때까지 쳐 달라”며 “참담한 심정으로, 부끄럽기 한이 없지만 국민에 대한 두려운 마음 하나로 고백드렸다”고 자아비판을 마쳤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한미FTA, 대선 겨냥한 위장전술”…김재원의원 음모론 제기

한나라당 김재원(사진) 의원은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의지가 없으며 오히려 협상을 깨 차기 대선에 이용할 목적으로 위장전술을 쓰고 있다는 내용의 한미 FTA 음모론이 유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밝힌 음모론에 따르면 FTA 협상이 난항을 겪어 반대여론이 거세지면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지만 협상을 계속하면 우리가 손해를 볼 수 있다’며 국가와 민족을 내세우며 협상 중단을 선언한다. 이 여세로 차기 대선을 앞두고 반미운동을 점화하고 지지세력을 결집한다는 것.

김 의원은 “음모론은 공영방송 KBS가 한미 FTA 협상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방송을 한 뒤 더욱 그럴 듯하게 유포되고 있다”며 “외교통상부를 제외하고는 한미 FTA에 열성을 보이는 사람이 정부에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이 KBS의 방송은 물론 이정우 대통령 정책특보와 정태인 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 등이 ‘한미 FTA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다는 것.

김 의원은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연임 시도를 중단하고 이 특보를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명숙 국무총리는 “한미 FTA를 정치에 이용하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KBS 사장 선임 문제는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이 특보 문제는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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