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구속영장 청구 급감…불구속수사·공판중심주의 영향

  • 입력 2006년 9월 4일 17시 23분


코멘트
지난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람의 수가 7만3800명으로 검찰의 공식 구속 통계가 남아 있는 1966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67년(9만8498명) 이후 38년 만에 처음. 1998년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되면서 불구속 수사 관행이 점차 정착돼가고 있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구속 신중=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의 구속영장 청구 인원은 2004년 10만589명에 비해 26.6%나 줄었다.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는 영장실질심사가 본격 시행된 1998년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1998년 16만1572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00년 12만1629명, 2003년 10만8629명 등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람은 2만8954명으로 하반기가 상반기와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면 올해 전체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는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람의 수가 최근 크게 줄어든 현상은 검찰의 불구속 수사 원칙과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강화 방침에 따라 수사지휘 단계에서 구속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람 수는 1970, 80년대에 10만~14만 명 선을 유지하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사태 등 대형 공안사건이 일어났던 1990년대에는 최고 16만 명까지 늘어난 해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 구속자 점유율(전체 형사 입건자 가운데 구속된 피의자 비율)도 2001년 4.2%, 2002년 4.0%, 2003년 3.7%, 2004년 3.2%, 2005년 2.6% 등으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구속사건 휩쓸어=구속사건이 줄면서 변호사업계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게다가 줄고 있는 구속사건 마저 판·검사 출신의 전관(前官) 변호사들이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지방법원별로 구속사건을 많이 수임한 연도별 상위 10위권 개인 변호사 436명 가운데 305명(70%)이 전관 변호사로 집계됐다.

수원지법에서는 상위 10위권에 든 변호사 18명 전원이 전관 출신이었다. 서울서부지법에서는 24명 가운데 23명(96%), 서울북부지법에서는 22명중 20명(91%), 의정부지법에서는 30명 가운데 27명(90%)이 전관 변호사였다.

전관 변호사 비율이 80% 이상인 지방법원 9곳 가운데 대구지법을 제외한 8곳은 수도권 지역이어서 수도권 법원에서 전관예우가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03년 이후 퇴직한 영장전담 판사 출신 6명은 모두 수임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노 의원은 최근 법무부로부터 6개월 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비리 연루 변호사 7명 가운데 3명이 수임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고 밝혔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