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군사훈련 받게 해달라” 獨 적군파 편지 35년만에 공개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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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적군파(RAF)가 북한의 김일성 주석에게 보내려던 편지 내용이 35년 만에 공개됐다.

독일 함부르크의 사회연구소가 발간하는 학술지 ‘중도 36’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 좌파운동사를 연재하고 있는 볼프강 크라우스하르 씨는 1971년 독일 공안 당국에 입수돼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편지의 내용을 최근호에서 공개했다.

당시 서베를린의 쇤베르크 공원을 순찰하던 관리인은 공원 구석에서 ‘덴마크 치즈’라고 쓰인 비닐 봉투를 발견했다. 봉투를 열어 보니 서류와 종잇조각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대부분 암호문으로 쓰인 이 편지를 공안 당국에 전달했다.

암호를 해독한 결과 편지는 북한의 김일성 주석에게 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RAF의 노선을 설명하고 이 단체 조직원들이 북한에서 군사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고 ‘중도 36’은 전했다.

이 편지 내용을 소개한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당시 북한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독자 노선을 취하고 있었고, 독일처럼 분단 국가이며 일본 적군파를 지원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에 RAF가 북한에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당시 북한 또는 동독의 공작원이 공원에서 봉투를 수거한 뒤 암호를 해독해 평양에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봉투가 경찰에 입수된 뒤 RAF가 다른 경로로 북한에 이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RAF는 1968년부터 자본주의 반대 시위와 함께 공공기관에 대한 폭탄 공격 등 극단적인 무장투쟁을 펼쳤으며 1972년 안드레아스 바더 등 수뇌부가 체포된 뒤에도 1998년까지 존속했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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