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못알아보면 어쩌나”…김영남씨 노모, 아들 상봉

  • 입력 2006년 6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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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납치된 아들 김영남 씨를 만나러 가기 위해 27일 강원 속초시 숙소에 도착한 어머니 최계월 씨가 먼 길을 여행하느라 지쳐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다. 옆은 딸 영자 씨. 속초=연합뉴스
북한에 납치된 아들 김영남 씨를 만나러 가기 위해 27일 강원 속초시 숙소에 도착한 어머니 최계월 씨가 먼 길을 여행하느라 지쳐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다. 옆은 딸 영자 씨. 속초=연합뉴스
“그동안 내 속을 까맣게 태웠지만 살아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효자지. 지금까지 잘살아 줘서 고마운 내 새끼를 마음껏 보듬어 주고 싶어.”

납북자인 아들 김영남(45) 씨를 만나기 위해 27일 오전 9시 40분경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 자택을 나서는 어머니 최계월(82) 씨는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 씨는 딸 김영자(48) 씨와 함께 오후 3시경 강원 속초시의 한화콘도에 도착한 뒤 탈진증세를 보여 링거를 맞으며 휴식을 취했다.

모녀는 28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1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김 씨를 만날 계획이다. 김 씨는 부인 박춘화(31) 씨와 딸 은경(19) 씨, 아들 철봉(7) 군을 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경 씨는 김 씨와 납북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 사이에서 태어난 혜경 씨로 추정된다.

영자 씨는 “열여섯, 열일곱 살쯤에 헤어졌으니 일단 어렸을 적 얘기를 먼저 시작해 서서히 말을 하겠다”며 “이렇게 쉽게 올 거라 생각 못했는데…”라고 상봉을 앞둔 감회를 전했다.

아들이 선배와 함께 해수욕장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지 28년. 최 씨는 혹시라도 아들이 늙어 버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까 봐 고운 분홍색과 보라색 한복까지 준비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그는 “영남이를 보면 그동안 살아 있어 준 것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고등학교 다닐 때 건장한 모습만 기억 속에 남아 있는데 영남이 얼굴을 보면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안절부절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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