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 “민족공조 착시-환상 경계해야”

  • 입력 2006년 6월 22일 0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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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사진) 통일부 장관은 21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추가) 대북지원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을 방문해 김영선 대표 및 의원들에게 북한 미사일과 관련된 현안을 비공개로 보고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참석 의원들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쌀이나 비료 같은 지원을 계속할 것이냐’고 묻자 이 장관은 “지원 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또 “미사일을 쏘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넘어가지는 않겠다”며 “제한적이지만 분명한 대북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무작정 북한을 안심시키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의원들이 전했다.

정부는 북한에 매년 쌀 40만 t가량을 차관 형식으로, 비료는 30만 t 정도씩 무상 지원해 왔다. 비료의 경우 올해 봄철용 15만 t을 이미 북한에 보냈고 7월 7일까지 추가로 20만 t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남북관계의 전면 중단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일반적인 남북관계의 동력은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개성공단 사업 등은 유지할 뜻을 시사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더욱 단호한 대북 정책을 요구하며 이 장관을 공개 면박하기도 했다.

박희태 의원은 “북한이 정신 나간 소리(안경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의 ‘한나라당 집권 시 화염’ 발언)를 하는데 따끔하게 한 마디 못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했고,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이 장관이 최근 광주에서 열린 6·15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통일부를 광주로 옮겨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 이 장관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어지러운 상황이지만 발사된다고 보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초청 강연에서도 “북한 미사일 문제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문제를 보면 남북의 민족공조는 전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민족공조에 대한 착시와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간에는 수백만 명이 오가고 군사동맹, 문화교류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남북교류는 아직 통제돼 있다”며 “(민족공조가) 없는 걸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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