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포… 배꼽티… 턱시도… 유권자 시선 끌기 막판 총력전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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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왼쪽 사진 가운데)가 28일 새벽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것으로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시작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사진 왼쪽)는 이날 뚝섬 서울숲 산책로를 뛰면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등 ‘철인3종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신원건 기자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왼쪽 사진 가운데)가 28일 새벽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것으로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시작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사진 왼쪽)는 이날 뚝섬 서울숲 산책로를 뛰면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등 ‘철인3종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신원건 기자
5·31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28일, 각 정당과 후보들은 휴일을 맞은 유권자들을 찾아 유원지부터 시장 골목까지 구석구석 누비며 막판 총력전을 폈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여전한 가운데 이름 석 자를 알리려는 기발한 선거운동도 눈길을 끌었다.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는 28일 0시를 기해 30일 밤까지 잠을 자지 않고 시민들을 만나는 ‘72시간 마라톤 유세’에 돌입했다. 이날 중구 명동성당 마리아상 앞에서의 촛불기도로 마라톤 유세를 시작한 그는 중부소방서와 보라매병원, 신당동 ‘떡볶이집’, 동대문 의류상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철인3종 유세’라는 이름으로 3일간의 강행군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5시 20분경 성동구 용답동 도시철도공사 종합관제센터 방문을 시작으로 지하철 군자 차량기지 정비센터, 청계산 입구를 찾았으며 뚝섬 서울숲에서 달리기를 하며 시민들과 만났다. 남은 기간에는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타기를 하며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민주당 박주선 후보는 이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시내 531km 구간을 도는 ‘민생 속으로, 시민 속으로 531km 대장정’에 나섰다. 531km는 5·31지방선거에서 숫자를 따온 것이다.

○…제주도에서 2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해 ‘남의 집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는 평가를 받는 무소속 김태환 제주도지사 후보는 이 지역 특유의 ‘괸당’ 파워가 승리를 안겨줄 것으로 믿고 있다. 제주도 사투리로 친척을 뜻하는 ‘괸당’은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연결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반면 삼성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는 어눌한 말투와 대중 접촉에 서툰 한계를 밑바닥까지 파고드는 성실성으로 메우겠다는 각오다. 매일 새벽부터 유세를 시작해 생선 다듬기, 감자 캐기, 도로 청소 등을 직접 하면서 표심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끼 식사는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도시락으로 때우고 있다.

○…대구 달서구와 대전 유성구 기초의원 선거 등에서는 후보들이 이색 옷차림으로 선거운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청렴한 선비 정신을 실천하겠다며 도포를 입은 후보, 턱시도 차림의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호텔 조리장 복장을 한 호텔 노조 출신 후보 등이 거리에 나서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북 남원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를 위한 맞선 주선과 결혼 비용 지원, 국제 결혼사업의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광주 동구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한국축구대표팀과 세네갈의 경기가 한창이던 26일 저녁 자신의 선거운동원을 사칭한 사람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를 거는 바람에 이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그는 “선거전이 치열해질수록 이처럼 지능적인 선거 방해 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일부 지역에선 공명선거 감시단을 자임하며 상대 후보의 운동원들이 선거운동을 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사진을 찍어대며 “선거법 위반” 운운하는 ‘선거 스토커’가 나타나 후보 간 마찰을 빚고 있다.

○…농촌의 인력이 대거 선거판으로 이동해 모내기에 한창 바쁜 농촌은 일손 부족에 애를 태우고 있다.

경남도지사에 출마한 한 후보는 각 시군 선거연락소에 380여 명의 유급 선거운동원을 두고 있다. 이는 한 후보 진영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4명 정도가 출마했다면 1500여 명이 선거판으로 몰린 셈이다. 이들은 대개 일당으로 최소 6만 원을 받고 있고, 운전사는 1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어 일당이 4만∼5만 원에 불과한 농촌 일 대신 선거운동을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북 군산시 기초의원 아선거구의 투표용지 6장(도지사, 시장, 시도의원, 시도 비례대표 의원 정당투표)을 합한 총길이가 112cm로 전국에서 가장 길었다. 군산시장 선거에는 전국 자치단체장 선거 가운데 가장 많은 11명의 후보, 아선거구의 시의원 후보는 모두 17명으로 도내에서 가장 많다.

단일 투표용지로는 강원 영월군 가선거구 기초의원 투표용지로 22명의 후보를 표시한 투표용지 길이가 35.5cm에 이른다.

○…충북 괴산군 기초의원 선거에서 김모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한 나만녀 씨는 올해 103세(1903년생)로 이번 선거의 최고령 선거운동원이다. “김 후보가 마을 노인들을 잘 모신 것이 고마워 돕고 있다”는 그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동안 마을 경로당과 장터 등을 돌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대전=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제주=이정은 기자 lighlee@donga.com

창원=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광주=신광영 기자 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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