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누구의 열차방북도 정략적” 북한군부 반대의사 공식표명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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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는 28일 남측 인사의 열차를 이용한 평양 방문을 ‘정략적 기도’로 규정하고 이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측 군부는 이날 남북 군사회담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열차를 통한 그 누구의 평양 방문이나 월드컵 응원단의 서해선(경의선) 통과 시도, 열차 수송에 의한 개성공단 건설 활성화 등은 정략적 기도에서 출발된 것이라는 점을 우리 군대는 간파한 지 오래”라고 밝혔다.

이는 29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인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남측이 열차 방북을 추진하더라도 북측 군부는 열차 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백히 한 것.

북측 군부가 올해 들어 열차 시험운행 등 남북 철도 연결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부는 담화에서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무산된 원인은 남측이 대북 경제협력을 부실하게 추진한 데 있다’는 논리를 폈다.

군사회담 대변인은 “개성공단만 봐도 터 조성 작업만 해 놓고 한쪽 모퉁이에 ‘시범공단’이나 운영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며 “개성공단을 비롯한 모든 남북협력이 단명으로 끝난 금호지구처럼 되는 것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지구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의 핵 시설 동결을 대가로 경수로를 건설하다 중단한 지역이다.

이를 놓고 정부 내에선 북측 군부가 남측에 개성공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양보했는데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대북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9일 몽골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을 열었다는 것은 옛날식으로 말하면 남침로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군부가 담화에서 그동안 북측이 철도 통행의 조건으로 제시해 왔던 △철도 운영 건물 12개 △철도 종업원 숙소 260여 채 등의 건설공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군부는 이어 “철도 개통을 위한 군사보장대책을 세우려면 서해상 충돌방지 문제와 같은 군사적 긴장 문제를 우선 풀어야 한다”며 남측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재설정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경공업 원자재와 철도 자재 제공 등의 대북 물자 지원을 보류하자 반발하는 것”이라며 “NLL 재설정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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