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또다시 ‘황당한 태클’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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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독일의 한국축구대표팀 숙소를 알려 달라고요? 왜요?”

2006 독일 월드컵을 한 달여 앞둔 5월 초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문화관광부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마침 현장에 있던 몇몇 기자들이 “도대체 무슨 전화냐”고 물었더니 “문화부에서 장관과 차관이 독일에 가는데 대표팀 숙소가 어디냐고 자꾸 묻네. 선수들을 만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대표팀 최종엔트리가 발표된 11일 즈음해서 그 축구협회 관계자는 전화통화 중 “왜 독일 현지 한국 취재기자단 신상 명세와 숙소를 알려줘야 되지요”라고 문화부 관계자에게 되물으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축구협회 관계자는 “3월 말부터 지금까지 대표팀 일정과 숙소에 대해 묻는 정부 기관의 문의가 쏟아져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본보는 19일자 A1면에 ‘이참에 한건… 황당한 태클’이라는 제목의 머리기사(사진)를 실어 정부 부처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었다. 문화부의 한 사무관도 “장차관이 독일에 간다. 선수들 훈련을 방해하지 않는 차원에서 격려행사를 가질 예정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런데 문화부는 22일 본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 신청을 했고 25일 반론보도를 정정보도 신청으로 바꿨다. 문화부는 26일 열린 중재위에 ‘문화부 장차관이 월드컵 축구대회기간 중 현지로 격려차 가는데 대표팀 선수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문화부로부터 받은 사실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축구협회의 답신 공문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 답신은 문화부의 요청을 받은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가 문화부 관계자로부터 실제로 전화를 받은 축구협회 직원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보낸 것이었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그런 답신공문을 보내려면 해당 직원에게 당연히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공문을 작성한 축구협회 실무자는 “윗분이 다 확인했으니 공문을 만들어 문화부에 보내라고 해 보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축구협회는 상급기관인 문화부의 재촉에 사실 확인도 않은 답신을 보내게 된 것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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