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교수, 백낙청교수 ‘분단체제론’ 비판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중진 철학자인 윤평중(尹平重·50) 한신대 교수가 백낙청(白樂晴·영문학) 서울대 명예교수의 분단체제론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통일담론들이 남북한의 헌법적 차이라는 본질적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비판적 성찰을 해온 윤 교수의 이번 비판이 진보진영 통일담론의 수장 격인 백 교수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 교수는 한국철학회 춘계학술대회(27일 경북대)에서 발표할 ‘헌법 철학으로 본 분단과 통일’이라는 논문에서 “오늘날 통일 논의는 결국 남북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고차적인 통일국가를 수립하자는 국가수렴이론으로 귀착된다”며 “그런데 이는 남한과 북한의 현행 헌법이 그 근본 철학에 있어 도저히 수렴될 수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 맹점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한국 헌법의 자유민주적 성격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의 주체사회주의(유일영도체계)적 성격은 철학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헌법 철학의 지평에서 통일을 논의할 때 논리적 가능성은, 통일헌법이 ‘자유민주적인 것’이 되든지 아니면 ‘주체사회주의적인 것’이 되든지 두 가지뿐이다.”

윤 교수는 “유일영도체계를 선포한 북한 헌법에 따르면 실질적이고 원리적으로 주권은 영도자에게 귀속된다”며 “이는 통치권과 결정권이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귀속된다는 근대 헌법의 민주적 정당성 원리에 근거한 남한 헌법에 대한 정면 부정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남북이 분단되기 전에 통합된 헌법이 없었으므로 남북의 평화적 통일은 결국 양국 주권의 정체성을 근원적으로 정의하는 헌법의 통합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남과 북의 헌법은 철학적 공약수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윤 교수는 남한 내에서 형성되는 통일담론의 맹목성을 보여 주는 사례로 2000년 남북공동선언 등 남북 관계를 규율하는 3대 문건에 공히 등장하는 ‘자주성’과 ‘민족대단결’이라는 말이 무성찰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들었다. 북한 헌법 철학(주체사상)에 따르면 자주성은 수령에 대한 충성을 의미하고, 민족대단결은 김일성 부자를 추종하는 ‘김일성 민족’과 비(非)김일성 민족의 구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이어 진보적 통일담론의 상징적 존재로서 백 교수의 분단체제론이 지닌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분단체제론은 ‘남북 분단 현실은 국가나 이념 간 대립 차원이 아니라 세계 체제의 하위 체제로서 한반도 전역에 걸쳐 작동하는 복합적 메커니즘의 산물이기 때문에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남북 어느 한쪽도 온전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해 △남북 헌법 철학에 대한 문제의식 결여 △북한사회에 대한 비판과 분석 부족 △정통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앞선 남과 그렇지 못한 북의 부당한 등질화 △통일지상주의의 교묘한 은폐를 비판했다.

윤 교수는 “통일은 남북이 동시적으로 같이 평화, 번영, 민주적 개혁, 그리고 시민성의 덕목을 진전시키는 것에 한해서 유의미하다”며 “이를 위해선 통일담론의 신성성(神聖性)을 끊임없이 해체하면서 그 건전성을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이제는 통일지상주의를 넘어 ‘어떤 통일인가’라는 질문이 긴급하며 더 나아가 ‘왜 통일인가’를 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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