說說 끓던 돈공천 의혹 사실로…민주당 조재환 총장 체포

  • 입력 2006년 4월 22일 03시 03분


경찰관들은 20일 밤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의 승용차 트렁크를 열어 2억 원씩 담긴 사과상자 두 개를 발견했다. 사과상자 한 개의 무게는 22.7kg이었다. 사진 제공 서울지방경찰청
경찰관들은 20일 밤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의 승용차 트렁크를 열어 2억 원씩 담긴 사과상자 두 개를 발견했다. 사과상자 한 개의 무게는 22.7kg이었다. 사진 제공 서울지방경찰청
민주당 조재환(趙在煥) 사무총장이 현금 4억 원을 받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됨에 따라 소문만 무성하던 호남지역의 ‘돈 공천’ 의혹이 일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당 관계자들은 21일 “현지에서 나돌았던 소문에 비춰볼 때 제2, 제3의 공천헌금 사례가 밝혀질 수도 있다”며 5·31지방선거에 결정적인 악재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열린우리당에 비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약세인 전북 김제의 기초단체장 공천과정에서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4억 원이 오갔다는 점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높은 전남과 광주지역에서는 더 많은 돈이 오갔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남지역에서 공천 대가로 기초단체장의 경우 5억∼10억 원, 광역의원의 경우 3억 원 등 거액이 오가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접수돼 당 차원에서 자체조사를 벌여왔다.

열린우리당의 전남도당 관계자는 “J, Y, S 등 기초단체장 선거과정에서 수억 원의 현금 거래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전남지역 관계자도 “경선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람에게 3억 원을 가져갔더니 ‘경쟁자는 5억 원을 준비했던데…’라며 은근히 무안을 줘 공천 도전을 포기했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전남의 한 군 지역 단체장 선거에서 군수 후보로 잠정 결정된 인사가 군의원 예비후보들로부터 수천만 원씩 돈을 걷은 정황이 구체적으로 알려져 민주당이 현지에 조사단을 급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전남지역에서는 공천 탈락 인사들이 당에 낸 특별당비를 돌려달라며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상렬(李相烈)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건은 호남에서 수세에 몰린 여권이 ‘민주당 죽이기’를 위해 벌인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경찰이 잠복까지 했다는데 정보를 입수한 수단이 무엇인지 수사기관은 밝혀야 할 것이다. 경찰이 야당 사무총장을 계속 미행한 것인지, 전화를 도청한 것인지, 함정수사 의혹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임영화(林榮和) 변호사를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파악해 본 결과 조 사무총장이 자체 판단에 따라 특별당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두 차례의 대표단 회의를 통해 19억 원의 국고보조금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며 당원들로부터 자발적인 특별 당비를 모금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구체적인 모금 방법이나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

한편 민주당은 “깨끗하고 투명한 절차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공천작업을 벌였지만 당 사무총장이 문제를 야기해 국민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서는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화보보기 : 꼬마 차떼기당 현장 화보

■ 돈전달 어떻게 알았을까

만남 날짜-액수까지…누군가 경찰에 제보

경찰이 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이 ‘공천 헌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조 사무총장이 공천 헌금을 받을 것이란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일 조 사무총장이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최낙도 전 의원에게서 4억 원을 받을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돈을 전달하는 시간과 호텔 안에서 두 사람이 만날 장소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찰관 17명을 호텔 곳곳에 배치했지만 호텔이 넓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은 경찰이 조 사무총장이나 최 전 의원 측을 감청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감청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누가 제보했는가도 의문이다. 제보자는 돈의 액수까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잘 알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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