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사실상 사의]Y씨 회사 과징금 결정→골프→발표

  • 입력 2006년 3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 풀어야 할 의문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3·1절 골프를 누가 언제 왜 주선했고, 청와대에는 사전에 보고됐을까. 또 이 총리와 골프 동반자들 간에는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이 총리의 골프 파문에 따른 궁금증과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로비?=이 총리와 3·1절 골프 모임을 가진 Y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Y제분은 하루 뒤인 2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35억 원 부과 조치를 받았다. 과징금을 결정한 공정위 전원회의는 골프 모임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열렸다.

공정위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Y제분을 비롯한 8개 밀가루 제조회사가 2000년 초부터 6년 동안 영업담당자회의를 통해 회사별 밀가루 판매물량과 가격을 담합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들 8개사에 총 43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공정위는 이 중 일부 회사와 대표를 검찰에 고발 조치하기도 했다. Y 씨는 가격 담합이 이루어졌던 2002년 2월 주가조작 혐의로 복역 중이어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 고발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Y제분은 검찰에 고발된 상태.

이 때문에 이 총리와 Y 씨가 공정위 조사와 관련한 ‘모종의 대화’를 나눴는지가 궁금한 대목이다. 공정위는 총리실 직속이기 때문에 이 총리가 담합 사건 전반에 대해 숙지하고 있었을 개연성도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외부에서 어떤 압력도 받은 적이 없다”며 “Y제분에 부과된 과징금은 법상 최고 한도 금액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협조용?=이 총리가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그것도 부산에서 골프 모임을 가졌다는 점이 의문이다. 3·1절 골프 동반자 중에는 부산지역 정가의 ‘돈줄’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다.

이 총리와 같은 조에서 라운드한 것으로 알려진 K 씨는 1999년 새정치국민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2002년 1월까지 민주당 부산시지부 후원회장을 지내는 등 친여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동반자들은 한나라당에도 줄을 대고 있긴 하지만 여권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전례가 있는 인사들이다.

또 여당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지방선거와 관련해 여당 후보에 대한 모종의 ‘지원’을 염두에 두고 이들과 회동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부인했다.

▽청와대에는 보고했나=청와대 측은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됐을 때 기자들의 물음에 “총리실 일이니 그쪽에 물어보라”는 반응을 보였다. 총리가 골프하는 게 청와대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얘기였다.

그러나 국정운영을 총괄하는 총리가 평상시도 아니고 3·1절에다 철도 파업 첫날에 청와대와 상의하지도 않고 비행기 타고 부산까지 내려가 골프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철도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빚어질 게 뻔한데도 총리가 골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다. 더구나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내내 브로커 윤상림 씨와의 골프 문제로 몇 차례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인 직후였다.

이 총리가 청와대에 보고도 하지 않고 부산에 내려갔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통상 장관들은 휴일이라도 멀리 지방에 갈 때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청와대와 총리실에 보고한다.

한나라당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대통령이 총리의 골프 일정을 사전에 몰랐다 치자. 만약 국가적 위급 사태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총리 소재를 대통령이 모르게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누가 주선했나=총리실 관계자는 이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오래전에 약속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누가 왜 주선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일각에선 총리비서실장을 지낸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주선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 차관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 차관은 3일 교육부 간부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골프 회동에 참석했다는 보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주선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부산외국어고 교장인 정순택 씨가 지난달 28일 전화를 걸어와 ‘총리가 오신다는데 같이 오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이 총리를 수행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부산지역 의원은 “근거는 없지만 참석자 면면을 보니 여권과 가장 가까운 K 씨가 주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또 다른 인사는 “현 부산상공회의소 고위 인사가 전현직 상공회의소 간부들과 이 총리의 골프 모임을 마련했으나 정작 본인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주선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 어떤 목적으로 주선했는지가 확인돼야 이번 골프 파문의 궁극적인 궁금증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