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0%의 민심’ 거스르는 盧정부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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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운영위원회(위원장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원)가 10월 하순∼11월 초순 사이에 실시한 ‘국민의식 여론조사’ 결과는 노무현 정권의 국정 방향이 민심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거듭 확인케 한다.

노 대통령은 7월부터 4개월 이상 ‘연정(聯政)’을 통한 정국 전환에 매달렸다. “임기 후반의 최대 과제는 정치적 지역구도 해소와 이를 위한 선거구제도 개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연정보다 경제에 전념하라”는 여론이 거세지자 “경제 올인론은 선동정치”라고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국민의 70%가 학이 검다고 하면 검어지느냐”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6%가 ‘민주주의보다 경제발전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80%의 민심’과 정반대의 길을 달려온 것이다.

벌써 3년째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민간부문의 투자와 소비도 부진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세금을 짜내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국책사업을 벌이고, 과거사 캐기와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사회를 흔들어 놓기에 바쁘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2.7%는 ‘정부의 세금집행은 비효율적’이라고 했고, 78.8%는 “정부가 하는 일들이 올바르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해찬 국무총리는 어제 “1988년 이후 지금이 가장 안정된 시기”라고 했다. “지난 3년간 시스템을 잘 갖췄지만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는 못했으므로 시스템이 안정된 상태에서 경기가 회복기로 들어가고 있다는 자신감과 안정감을 줄 대국민 홍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민심을 몰라서 이러는 것인지, 참으로 당혹스럽다.

그뿐 아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57.6%가 ‘현행 유지’에, 33.3%는 ‘남용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개정’에 찬성했다. ‘전면 폐지’는 9.1%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국보법을 박물관에 보내자”고 했다. 대북(對北) 지원에 대해서도 65.2%는 ‘규모를 줄이거나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 동의 없는 대규모 대북지원에 반대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를 놓고서도 노 정권은 “국민의 70%가 학이 검다고 하면 검어지느냐”고 할 것인가. 그렇다면 국민과 함께 살겠다는 정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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