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관광권 현정은씨 준것 아니다” 北 발언에 한때 술렁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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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리고 있는 평양에서 북한의 한 관계자가 현정은(玄貞恩) 현대그룹 회장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는 13일 평양 공동취재단의 기사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회담 취재를 위해 평양에 간 남측 언론사 공동취재단이 문제의 기사를 서울로 송고한 뒤 약 1시간 20분 뒤에 이 기사가 사실과 다르고 또 공동취재단의 공식 기사가 아니기 때문에 취소한다고 취재단장을 통해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취재단은 통일부 출입기자 중에서 선발된 중앙일보 국민일보 CBS MBC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회담 내용을 취재해 서울로 보내면 전 언론사가 이를 토대로 자체 기사를 작성한다.

공동취재단 중 MBC 기자가 개인적으로 북한의 하급 관리에게서 들은 내용을, 그것도 취재단장과 거치도록 돼 있는 협의도 없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대기 중인 기자들에게 실수로 보냈다는 게 공동취재단의 설명이었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은 서울의 기자들이 평양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과 직접 통화 또는 교신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기사 송고와 취소의 진상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방송용 멘트를 급하게 보냈기 때문에 기사의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북한의 하급 관리가 한 말을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공동취재단의 해명이 사실이고, 또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북한 관계자의 개인적인 얘기라면 이번 일은 그야말로 해프닝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처럼 공동취재단이 송고내용을 곧바로 번복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곡절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의 기사는 “남측 대표단은 모두 14개 항의 의제를 북측에 요구했고 첫 항에 평화체제 문제를 올려놓았다. ‘전쟁 때 흩어진 가족문제’와 관련해 2000여 명의 생사를 확인하자고 요구했다” 등 구체적인 다른 정보도 담고 있다. 이로 미뤄 볼 때 북한 당국이 현대와 거리를 두려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기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담에선 남북 간의 평화체제 문제와 장성급 회담의 재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이산가족 상봉의 지속적 추진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49명의 남측 대표단은 13일 오후 1시 아시아나항공 전세기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오후 2시 10분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북측 단장인 권호웅(權浩雄) 내각 책임참사는 이날 오후 평양 고려호텔 2층 접견실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정 장관을 영접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남측에서 비료를 제공해 준 덕분에 올해 농사 작황도 좋다”고 인사했다.

이에 정 장관은 “곧 추석인데 좋은 결실을 보아 민족 앞에 추석 명절 선물을 마련해 드렸으면 한다”고 답례했다.

남측 대표단은 이어 오후 7시 인민문화궁전에서 박봉주(朴鳳柱) 북한 내각 총리가 마련한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남북 대표단은 이날 연락관 접촉을 통해 남측 대표단이 이번 회담 기간에 애국열사릉이나 혁명열사릉 등 북한의 현충 시설을 방문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14일 오전 10시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의제를 교환할 예정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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