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병력 절반으로 감축 추진

  •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09분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부대의 병력 3200명을 내년 1월 이후 절반 수준인 1600명까지 줄이는 방안을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최근 여권 일각에서 불거진 자이툰부대 1000명 감축론과 맞물려 자이툰부대의 감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절반수준 감축=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올 하반기부터 자이툰부대의 교대병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단계별 철수’를 진행하되 사단 지휘부와 공병 및 의무대대는 현지에 잔류시키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자이툰부대의 실질적인 철수는 내년 초 공식 출범할 예정인 이라크 정부 및 현지의 다국적군사령부와 논의해 결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방부는 올해 초부터 자이툰부대의 감축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해 왔다.

군의 한 관계자는 “파병 초기에 비해 현지 치안상황이 많이 안정됐고 파병 임무도 상당부분 달성한 만큼 병력 규모를 재검토할 때가 됐다”며 “다른 나라들도 한국군의 감축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감축론 부상 배경과 전망=자이툰부대는 이라크의 평화재건이라는 당초 파병 목적을 이미 상당 부분 달성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판단이다.

지난해 9월 파병 이후 의료지원과 복구사업 등 민사(民事) 활동으로 현지 주민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고, 이로 인해 주둔 연장을 요청받을 만큼 한국의 우호적 이미지를 전파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

국방부는 또 파병을 통해 북한 핵문제 및 주한미군 감축 문제 등으로 삐걱거리던 한미관계도 봉합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규모 병력을 다국적군의 일환으로 파병함으로써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게 된 측면도 긍정적인 성과로 꼽힌다.

자이툰부대 파병 이후 중동지역에선 한국 건설업체의 수주가 대폭 증가하는 등 경제면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한편 이라크 상황이 차츰 안정되면서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파병 연장 반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당장 올해 말 완료되는 파병기간의 연장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지만 연장 동의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논란을 고려할 때 병력 감축 카드를 통해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마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감축은 어떻게=군의 한 관계자는 “병력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기능인력을 추가로 늘려 이라크에 대한 지원의 질을 높이는 한편 재건 분야는 민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육군은 다음 달 중순까지 자이툰부대 3진 3차 교대병력 700여 명을 선발해 파병교육을 거쳐 12월 중순 현지로 출발시킬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내년 1월 이후에도 파병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임을 보여 주는 것.

자이툰부대는 2개 민사여단과 1개 지원부대로 운영 중이며 현재 3진 교대병력의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3진 1차 병력 1800여 명이 2진 병력과 교대 중이고, 3진 2차 병력 500여 명은 다음 달 말경 출국할 예정이다.

따라서 자이툰부대의 감축은 올해 말 파병 연장 동의안의 국회 처리와 맞물려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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