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없는 盧-朴회담]쟁점별 이견 대화록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7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회담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주요 현안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석동률  기자
7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회담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주요 현안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대화는 민생과 경제보다는 연정과 지역구도 극복, 선거제도 개편 문제 등 정치문제가 주를 이뤘다. 대화록을 쟁점별로 요약했다.》

▼정치 행정▼

▽노무현=훈수나 조언도 야당이 할 일이지만 직접 한 번 담당할 수 있지 않나. 민생부분을 직접 맡아보라는 거다.

▽박근혜=한나라당은 너무 다르다고 했다. 연정은 합의의 국정운영인데 이렇게 달라서야 되겠는가. 얼마나 많은 혼란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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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식의 벽이 두터운 건 국회에서 토론으로 풀면 된다. 한나라당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나라살림 맡아보면 세금 깎거나 정부지출 줄이자는 말을 쉽게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제발 맡아서 서로 이해를 높이면서 하자는 것이다.

▽박=권력은 국민이 부여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를 살려보고 야당은 야당대로 할 일이 있다.

▽노=한나라당이 탄핵할 때는 정권 인수 의사가 있는 줄 알았다.

▽박=여소야대여서 힘들다고 하는데 총선 이후에는 여대야소 아니었나. 국민이 맘에 안 들면 (여소야대로) 뒤집는 거다.

▽노=생각을 뛰어넘어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정치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박=프랑스 동거정부는 얼마나 혼란스러웠나. 실패로 끝났다.

▽노=대화와 타협의 정치,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선거구제를 바꾸자는 거다. 역사의 큰 숙제를 해결하고 정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제안이다.

▽박=선거제도로 지역구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4·30 재·보선에서 가장 고생한 지역이 경북 영천이었다.

▽노=지역구도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인가.

▽박=한나라당은 지지받지 못했던 지역 찾아 노력해 왔다.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은 뭘 했나.

▽노=지역균형 발전에 힘쓰고 있다. 모든 정책에 탕평적 요소, 지역주의 극복 요소가 들어 있다. 모든 것을 양보하겠으니 이것 하나는 하자는 것이다.

▽박=그런데 여대야소일 때는 왜 아무 말씀 안 하셨는가.

▽노=계속 했다. 필생의 과업이다. 나의 정치인생이 여기에 다 걸려 있다.

▽박=여소야대 힘들다며 연정을 제안했다. 다음에는 선거구제 변경이 목표라고 했다. 말씀이 자꾸 달라진다. 도대체 뭘 원하시나.

▽노=두 가지 다다.

▽노=민생경제를 위한 초당적 내각 구성을 제안한다. 잘 생각해 달라.

▽박=2008년 총선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 될 것이다. 선거구 이야기 시작하면 블랙홀에 빠져들고 민생은 실종된다.

▽노=선거 임박하면 정치인이 냉정하게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 일부 정치인의 이익을 위해 나라의 장래를 버려둘 수 없다.

▽박=정책으로 가야지 제도로 갈 것이 아니다.

▽노=도대체 민생경제가 어느 정도 돼야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나.

▽박=선거구 제도를 바꿔서는 지역구도 완화시킬 수 없다. 행정구역 개편도 상당히 좋은 안이다.

▽노=그 문제는 이것과 별개다.

▽박=4·30 재·보선의 참패가 지역구도 탓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이 평가한다. 대통령은 국민 수준을 낮게 보는 것 같다. 국민을 뜯어고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노=한나라당에 불리한지 몰라도 바꿔서 나라에 불리할 게 뭐 있나. 왜 외면하는가.

▽박=결코 해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 맞는 제도가 있는데도 내각제로 가려는 것인가.

▽노=전혀 그럴 생각 없다. 대통령제에서도 일상적 연합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 잘 생각해 달라.

▼경제 민생▼

▽박=국민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경제를 살려 달라는 이야기다. 연초에 국민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경제에 전폭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

▽노=국정의 우선순위 1번은 항상 경제다. 그러나 경제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다른 정책얘기도 하는 것이다.

▽박=무엇보다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너무 많아졌다. 고통을 나누는 차원에서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고 감세해야 된다. 한나라당은 유류세 10% 인하, LPG 특소세 폐지 등 감세 법안을 냈다. 그렇게 하면 7조 원 정도 세수가 줄어든다.

▽노=7조 원의 감세안을 말씀하셨는데 금년도의 세수 부족만 4조 원이다. 내년에도 세수부족이 예상되고 7조 원을 다시 감세한다면 10조 원의 예산을 줄여야 하는데 한나라당에서 이처럼 깎을 예산 10조 원의 조목을 좀 정해 줬으면 좋겠다.

▽박=부동산 보유세가 1%로 올라 부담을 느낀다. 보유세 1% 올릴 때 재산세 26만 원이 나중에 260만 원 된다.

▽노=종부세 대상자만 보유세 1%에 해당된다. 서민에게는 부담이 안 된다. 한나라당이 큰 틀에서 도와 달라.

▽박=1가구 2주택 중과세도 기본적으로는 동의한다. 그러나 주말부부, 상속, 결혼 전 주택 보유자의 피해가 없도록 보완돼야 한다.

▼교육 기타▼

▽박=세수를 줄여서 정부의 씀씀이와 낭비를 줄여야 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정부의 공공기금에 21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노=정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감사조차 안 되던 것을 철저히 감사하게 했고 그 결과를 불리한 것도 다 공개하고 있다.

▽박=정부는 혁신을 힘썼으나 큰 정부로 가고 있다고 본다. 공무원 4만 명, 장차관 22명, 위원회가 12개나 늘었다.

▽노=우리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 않고 할 일은 하는 정부,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한다. 금년에 정부 경상경비를 8조 원 정도 줄였다. 조직은 늘어났지만 낭비 요소는 줄였다.

▽박=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이다. 잘하는 사람은 또 밀어주고 낙오된 소외계층을 위해 국가가 성장의 열매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선진화다.

▽노=시장의 활력을 존중하면서도 정부가 할 일은 해야 한다. 1만 명당 한국의 공무원이 11명이고, 일본이 17명, 미국은 30명 수준이고, 프랑스는 44명이라고 한다. 지금의 한국정부는 결코 큰 정부라 하기에는 무리다. 공공 서비스, 사회적 서비스가 아직도 취약하다.

▽박=남북 교류가 늘고 인도적 지원 많았다. 우리도 받을 자격 있다.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이산가족이다. 북한과 이야기해 이분들이 한을 품지 않고 눈감을 수 있도록 해 달라.

▽노=최선을 다하겠다.

▽박=저소득층도 교육 혜택을 받아야 한다. 학생 역시 대학 선택의 자율권을 가져야 한다. 대학은 상향식 평준화 정책으로 가야 한다. 서울대를 그냥 두고 지방대도 서울대처럼 잘하게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

▽노=교육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나 선발의 자율로 학생을 줄 세우는 것은 반대한다. 선발 자율은 본고사를 부활하자는 것이냐.

▽박=우리는 본고사를 부활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노=대학 서열화를 극복해야 한다.

▽박=강남·북 가르고, 배우고 배우지 못한 사람 가르고 문제 있었다.

▽노=강남 사람에 유감없다. 서울대 다닌다는 것 자체가 기회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강남 학생이 서울대생의 60%를 차지한다는 것은 문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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