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없는 盧-朴회의]양보없는 불꽃舌戰 150분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은 7일 박근혜 대표와의 회담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다변(多辯)을 쏟아냈다.

평소 말수가 적은 박 대표가 다소 수세에 몰릴 것이라는 항간의 예상과 달리 박 대표도 작심한 듯 속에 있던 말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이 “연정은 불쑥 말한 게 아니다. (민생이 어렵다고 하니) 직접 맡아 보라는 거다”며 연정 얘기를 꺼내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불꽃을 튀기 시작했다.

먼저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맡아 보면 세금을 더 이상 깎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발 맡아서 서로의 이해를 높이자”고 말하자 박 대표는 “그보다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대로 한번 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이어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은 내가 하야하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탄핵할 때는 한나라당이 정권 인수 의사가 있는 줄 알았다”고 하자 박 대표는 “그런 말씀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맞받았다.

노 대통령이 연정 논리를 이어가자 박 대표는 “야당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말 아니냐”고 일축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거론하며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전시 거국내각 구성,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정적 입각 사례를 언급하자 박 대표는 “프랑스 동거정부는 노선의 지향점이 달랐기 때문에 실패로 끝났다”고 맞받아쳤다.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하지 말자는 것은 지금이 유리하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자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지지받지 못한 고장에 가서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대통령은 뭘 했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은 ‘호남당’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되받아쳤다. 한 배석자는 “이때 노 대통령의 어조가 상당히 올라갔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선거만 하면 이 지역은 이 당이 싹쓸이하고 저 지역은 저 당이 싹쓸이한다”고 지역구도 문제를 제기했고, 박 대표는 “국민 의식을 낮게 보는 것 같다. 국민을 뜯어고치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내가 워낙 단호하게 싸워와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얘기했지만 나의 이미지와 좀 안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노무현 시대를 빨리 끝내는 게 어떤가 생각해 본 것이다. 지난번에는 대선자금(10분의 1 발언)으로 스스로 누추한 꼴도 보였다”고 하자 박 대표는 “앞으로 그만둔다는 말씀은 제발 하지 말라. 국민이 불안하다”고 잘랐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