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딴 생각’으론 북핵 못 푼다

  • 입력 2005년 8월 12일 0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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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어제 한 인터뷰에서 “평화적 핵 이용 권리는 북한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일반적 권리라고 본다”면서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미국과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한미 간에 시각차가 여전하며, 공조도 제대로 안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놀랍고 걱정스럽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한에 대한 평화적 핵 이용 불허 방침을 천명할 정도로 완강한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이달 말 속개될 제4차 6자회담에서도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이 미국보다 북한에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에서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 요구를 쉽게 철회할 리 있겠는가.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복귀해서 안전협정조치를 충실히 지키면 평화적 이용을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결코 무리한 주장이 아니다. 더욱이 회담 참가 5개국이 이를 공동 보장하게 될 것이므로, 북한이 진정 핵개발 의사가 없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한국도 이런 확고한 원칙 위에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도 주무 장관이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데 미국이 틀어서 회담이 안 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일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전혀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이번 6자회담에 나갔음을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창의적 모호성’이라는 이상한 개념을 동원해 민감한 ‘평화적 핵 이용’ 부분은 북-미가 서로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게 해서라도 합의문을 만들어 내려 했지만 결국은 실패했기 때문이다.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핵무기와 평화적 이용을 분리해서 들고 나오리라는 것쯤은 웬만한 북한 전문가들도 다 예측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미국과 충분히 사전 조율을 했어야 했다. 전략 부재(不在)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이제라도 미국과 머리를 맞대고 공동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서 진전이 없으면서 이런저런 회담 평가를 하는 것은 자화자찬(自畵自讚)으로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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