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당혹 → 분노 → “지켜보자”

  • 입력 2005년 8월 9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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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 4년 동안 도청이 이뤄졌다는 국가정보원 발표에 대한 동교동 측의 반응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국정원 발표가 있던 5일에는 ‘당혹감’ 그 자체였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崔敬煥) 비서관은 보도 자료를 내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말을 거치면서 여론의 비판이 DJ로 향하고 검찰이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청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기류가 ‘분노’로 바뀌었다.

최 비서관은 7일 기자들에게 “함께 국정개혁을 수행한 분들이 소환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당사자들이 얼마나 치욕스럽겠느냐. 또 이를 바라보는 김 전 대통령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하겠느냐”고 우회적으로 DJ의 심기를 전했다.

구여권 인사들 가운데선 현 정부의 ‘음모설’도 제기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음모도 없다”고 밝히자 동교동의 기류는 ‘지켜보자’는 쪽으로 다시 바뀌었다.

최 비서관은 “우리는 정치적 의도나 음모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정기 진료를 받고 있어 (노 대통령의) 간담회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쪽 얘기는 거론하지 말자”고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현직 대통령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기(氣)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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