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3주후 재개될까…北-美 서로 “생각바꿔라”

  • 입력 2005년 8월 9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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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참가국들은 7일 4차 회담을 휴회하며 ‘8월 29일∼9월 4일’ 중에 회담을 속개하기로 했으나 실제로 이때 2라운드 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 의장성명을 통해 회담 속개 시기를 명시했음에도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이견이 3주간의 휴회 기간에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13일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계속된 이번 회담에서 경수로 건설 재개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예상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미국의 원칙 또한 확고하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휴회 기간에)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어느 한쪽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두 사람이 아무리 만나 봐야 접점을 찾기 힘들다.

휴회 직후 북-미 수석대표들은 휴회의 원인이 상대방의 무리한 주장 때문이었으며 다음에 만날 때는 생각을 바꾸고 오라는 식으로 말했다.

2라운드 회담의 정확한 날짜는 ‘6개국의 합의’로 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8월 말까지 북-미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택일부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일본과 중국 러시아는 북-미의 기약 없는 줄다리기를 마냥 지켜보다 지쳐 휴회에 동의했기 때문에 북-미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선 회담 재개를 반길지 의문이다.

북-미 양국의 내부 분위기도 변수다. 미국에선 강경파를 중심으로 대북 회담 무용론이 고개를 들 수도 있다. 또 미국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지 않으면 북한이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의 협상 태도를 비난하면서 회담을 보이콧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6월 제3차 6자회담 폐막 때도 의장성명을 통해 ‘9월 말 이전에’ 4차 회담을 연다고 발표했으나 북한은 한 달 후인 7월 미국의 적대적 정책과 리비아식의 선(先) 핵 포기 강요를 비난하고 일방적으로 6자회담 불참을 발표했다.

한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런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다. 회담 속개 날짜를 정확히 못 박지 않고 의장성명에 대강 담은 점, 또 추후 협의로 날짜를 정하기로 한 점이 지난해와 닮은꼴이어서 영 찜찜하다는 말도 있다.

결국 2라운드 회담이 예정대로 열릴지, 열리지 못할지는 앞으로 3주 동안 남-북-미를 중심으로 벌어질 막후 협상의 진전 여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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