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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8월 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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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시절 도청을 했던 부서인 국가정보원 과학보안국장을 지내고 현 정부에서도 국정원 간부였던 A 씨는 6일 “법과 제도의 허점으로 감청할 필요가 없어진 사람도 감청 대상에 계속 포함돼 감청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날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통비법상 정보기관은 감청이 종료되면 30일 이내에 감청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하지만 본인의 반발 등을 우려한 정보기관이 이를 통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감청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감청영장 집행기간을 연기하면 한번 감청 대상에 포함된 사람은 감청의 필요성이 없어졌더라도 계속 감청을 당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합법적인 감청 대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국정원장은 ‘국가안보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한 차례 연장 절차를 거쳐 최대 8개월까지 감청을 할 수 있고, 그 후에는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면 영장을 재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A 씨는 “관련 서류를 첨부해 감청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A 씨의 증언은 국정원이 감청 사실 통보 등의 규정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편법 감청을 계속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사실상의 도청을 가능하게 하는 통비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A 씨는 “감청 장비 폐기 직전까지 도·감청 대상은 정적(政敵) 등 정치권 인사가 많았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며 “도청 내용은 국내 담당 차장과 대공수사실장 등에게 수시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2002년 3월 감청 장비를 폐기한 이유에 대해 A 씨는 “2001년 12월 개정된 통비법이 이듬해 3월 시행됨에 따라 신규 장비는 물론 기존 장비까지 모두 국회 정보위원회에 신고해야 했다”며 “기존 장비를 신고할 경우 도청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폐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당시 통신회사의 협조 없이는 도청이 안 되는 장비만 남겨 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에서 도청을 전담했던 ‘미림팀’은 대공부서에서 운영했던 것으로 과학보안국과는 전혀 다른 조직”이라며 “김대중 정부에서는 미림팀과 같은 조직은 없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박대표 “2002년 이후 도청근절, 국정원이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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