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현대그룹, 백두산 개성 관광 합의

  • 입력 2005년 7월 18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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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 김정일 위원장 면담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16일 강원 원산(옛 함남 원산)에서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상선 과장(오른쪽)도 자리를 함께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
현정은 회장, 김정일 위원장 면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16일 강원 원산(옛 함남 원산)에서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상선 과장(오른쪽)도 자리를 함께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
현정은(玄貞恩)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16일 백두산 관광 등에 합의함에 따라 최근 당국 간 대화 재개에 따른 남북관계의 훈풍이 경제협력 분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정치 훈풍이 경제로 연결되나=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은 남북 당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김 위원장의 지난달 17일 면담 이후 약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이에 앞서 현 회장은 6·15통일대축전 당시 남측 민간대표단으로 방북해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도 이때 당국 대표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면담했으며 당시 두 사람이 구두로 합의했던 장관급 회담 재개 등은 대부분 이행되고 있다. 현 회장의 김 위원장 면담이 경협 확대에 대한 기대를 낳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부 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와 핵문제에 집중돼 있는 남북대화의 주제를 9월 장관급회담부터는 관광개발 등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남북을 연계하는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늘어나는 민간 경협=2000년 4250억 원 수준이던 남북 교역은 지난해 6970억 원으로 증가했다. 교역 품목도 같은 기간 578개에서 634개로 늘었다.

현 회장의 김 위원장 면담을 계기로 남북의 직접교역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남북교역의 90% 이상은 홍콩, 중국, 일본 등 제3국의 해외 중개상을 통한 간접교역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북측이 직접교역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남북 직접교역 의지를 표명할 경우엔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최근 10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남북 직접교역을 위해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9월 중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10차 경추위는 또 올해 안에 남북 경의선 철도를 개통시키도록 합의해 앞으로 남북 교역의 물류비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장밋빛 전망 경계=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南成旭) 교수는 “남북 간에는 아직 확고한 경협 제도화가 구축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북한의 경제인식 변화가 미흡한 점이 민간 경협의 결정적인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기본적으로 북한에선 ‘남북 경협은 잘사는 남측이 못사는 북측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경협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남북경협이 갑자기 중단돼 남측의 투자액이 묶이거나 현지 투자기업에 대한 방문이 봉쇄되는 것도 부지기수이다.

2000년 현대아산은 북한과 철도 연결, 유무선 통신 및 인터넷 사업 등 ‘7대 사업’에 합의했지만 아직 제대로 실현된 것은 없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현정은 회장 일문일답▼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7일 강원 고성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김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다음은 현 회장과의 일문일답.

―면담은 어떻게 성사됐나.

“12일부터 금강산에 머물다가 면담 하루 전날 연락을 받았다. 가기 전에는 짐작만 했지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 1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 3시간 반 정도 만났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면담을 하고 점심을 함께했다.”

―백두산 관광과 관련한 구체적 협의 내용은….

“백두산 관광을 현대아산에 독점권이 있는 ‘단독 관광’으로 내줬다. 우선 시범관광을 하고 빠른 시일 안에 시작하라고 했다. 시기는 검토해 봐야겠지만 8월 말쯤이면 가능할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숙박에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백두산에 지어 놓은 20채의 집도 무료로 내줬다.”

―다른 지역 관광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

“(개성 외곽에 있는) 박연폭포 관광은 8월 14∼15일 연휴기간에 시범관광을 하라고 했다. 개성시내 관광도 같이 하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날짜를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내금강도 시범관광을 해 보라고 권했다. 올해 안에 할 예정이다.”

―그 밖에 어떤 얘기가 오갔나.

“김 위원장이 ‘정몽헌 회장에게는 금강산 관광을 내줬는데 현 회장에게는 뭘 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 얘기를 많이 하면서 ‘마음이 쓰리다’고도 했다. 내가 지난번 평양에 갔을 때 못 만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미안해했다.”

―한국 정부와 관련해 따로 나눈 얘기는 없었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전하는 이야기를 김 부회장이 전달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라. 내용을 밝히기는 곤란하다.”

고성=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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