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합의 과거사법안 논란 예고

  • 입력 2005년 5월 3일 00시 18분


코멘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2일 합의한 과거사법안은 일제강점기 이후 현재까지의 주요 과거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핵심으로 한다.

‘진상 규명을 통한 화해’라는 명분은 있겠지만 포괄적이고 모호한 법조항으로 인해 논란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조사 대상 어떻게 되나=‘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항일독립운동 △6·25전쟁 전후 이뤄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광복 이후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사망, 상해, 실종사건 등을 조사할 수 있다.

광복 전후 사건으로는 몽양 여운형(呂運亨)과 고하 송진우(宋鎭禹) 등 건국 이전의 요인 암살 사건이 우선 조사 대상으로 꼽힌다. 유신정권과 5공화국 시기에는 피고인 8명이 대법원의 사형선고 하루 만에 형이 집행된 ‘인혁당 사건’을 비롯해 ‘동백림 사건’, ‘5공 학원녹화사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권위주의 통치시기’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어 6공화국 때 일어난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 사건’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적인 세력에 의한 테러, 인권 유린, 폭력, 학살, 의문사’도 조사 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이승복 학살사건’ 등 북한군에 의한 양민학살 및 좌익세력의 폭력사건도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심상정(沈相정) 부대표는 “‘대한민국을 적대시한 세력에 의한 테러와 폭력 등’을 법안에 포함시킨 것은 민주 인사를 부관참시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꺼지지 않은 논란의 불씨=과거사법은 일부 조항의 모호성으로 인해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여야는 법안 통과 후 6개월 이내에 구성될 위원회에 주요 결정 사항을 위임함으로써 책임을 비켜갔다.

우선 조사 대상이 애매하다. 법안엔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권위주의 통치 때까지’로 돼 있으나 그 범위를 놓고 여야 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조사 대상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노태우(盧泰愚) 정부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대통령 직선에 의해 선출된 노태우 정부는 제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과거사 진상조사 기관의 중복도 문제다. 국가정보원과 군, 검찰은 자체적으로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어 앞으로 발족할 위원회의 활동 내용과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오영식(吳泳食) 원내부대표는 “국정원 등이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고 있지만 사실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았었다”며 “앞으로 업무 협조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은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의 경우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위원회가 재심 사유가 있다고 의결한 사건은 조사할 수 있도록 해 법적 안정성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여야 합의한 과거사법 주요 내용
구분세부 내용
진상조사 범위-일제강점기 또는 그 직전에 행한 항일독립운동-일제강점기 이후 주권을 지키고 국력을 신장시키는 해외동포사-광복 이후 6·25전쟁 전후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광복 이후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이나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사망, 상해, 실종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 인권유린, 폭력, 학살, 의문사
조사위원 자격△역사고증, 사료편찬 등 연구 활동 △대학에서 전임교수 이상 △판사, 검사, 군법무관 또는 변호사 △3급 이상 공무원 △성직자직에 각각 10년 이상 재직한 자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상과 구성-과거사정리위는 위원장 1명과 위원 14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국회 8명, 대통령 4명, 대법원 3명씩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시한과 권한-활동기간은 4년으로 하되 위원회 의결로 2년 연장 가능-위원회는 조사대상자나 참고인이 3회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가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