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규제’ 국회통과 어려울듯

  • 입력 2005년 4월 6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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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추진하던 외국자본 규제 방안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조짐이다.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일부 법안은 전문성이 떨어져 국제적인 규정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치권이 외국자본에 대한 비판 여론에 편승해 법률을 아무렇게나 만들어 발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꼬리 내리는 외국자본 규제=6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외국자본 규제 방안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2건과 은행법 개정안 등 모두 3건.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김종률(金鍾律·열린우리당) 의원 등 16명과 배기선(裵基善·열린우리당) 의원 등 29명이 별도로 발의했다.

김 의원이 2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국가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지배주주가 되려는 외국인은 산업자원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산자부 장관의 승인 없이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처분 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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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의원 등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개정안도 이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경영참가 목적을 밝히지 않은 외국인이 경영에 참가하면 이를 규제하겠다는 세부 규정을 만든 것 정도다.

현재로선 이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때 외국인의 투자 제한 규정을 명시하지 않아 관련 규정을 바꾸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바꿀 만한 논리나 명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 금융정책을 비판하는 등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아 밀어붙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배 의원도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폐쇄적인 국가로 인식돼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산자부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4월 임시국회에 상정하려던 일정을 늦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학용(辛鶴用·열린우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21명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도 세계무역기구(WTO)의 금융 관련 양허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국회통과가 어려운 상태다.

▽의욕만 너무 앞섰다=정치권이 늦게나마 외국자본의 폐해에 주목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신중치 못한 대응으로 한국의 정책에 대한 불신만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재하(朴在夏)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자본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은 좋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규제를 하더라도 국제 관행에 합당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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