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사실상 반대

  • 입력 2005년 3월 8일 18시 17분


공사 졸업생도와 “파이팅”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8일 충북 청원군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53기 공사 졸업 및 임관식에서 졸업생도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미국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석동률 기자
공사 졸업생도와 “파이팅”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8일 충북 청원군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53기 공사 졸업 및 임관식에서 졸업생도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미국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동북아지역의 분쟁에 투입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이 추진 중인 군사변혁(Military Trans-formation)의 핵심개념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에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되면 중국과 대만 사태 등 앞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투입될 수 있는 소지가 없지 않다. 실제로 미국은 동북아지역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동북아기동군’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한국이 주한미군으로 인해 동북아분쟁에 ‘자동개입’하게 될 가능성을 정부와 전문가들은 우려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지 않거나 그 논의를 최대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이날 졸업식사에서 “주한미군의 역할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그동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국방부를 비롯한 외교안보 관련 부처에서는 주한미군의 주둔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주한미군이 동북아의 다른 지역에 투입돼서는 곤란하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

또 미군이 동북아의 다른 지역에 투입될 경우 대북억지력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는 경우에도 한반도의 대북억지력을 유지하고, 동북아 외의 지역에 주한미군을 투입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 측과 협의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략적 유연성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앞으로 한미간 협의과정의 기본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정면 거론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노 대통령이 2003년 8·15경축사에서 향후 10년 내의 자주국방 토대 구축을 강조한 이래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군의 관계자들은 “현재 한미 간에 진행 중인 안보정책구상회의(SPI)의 주요의제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간 지휘체계 문제”라며 “우리 군이 추진 중인 협력적 자주국방의 틀을 갖추긴 위해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조만간 본격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군의 목표로 한반도 전쟁억지를 통한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강조한 것은 우리 군이 스스로를 지킬 만한 역량을 갖출 만큼 성장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구한말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패권 각축장이었을 때 우리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