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윤리선언’ 미적미적

  • 입력 2005년 2월 27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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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최근 ‘국회의원 윤리선언’ 채택을 놓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국회 개혁을 하겠다던 17대 국회의 ‘초심(初心)’이 실종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27일 윤리특위에 따르면 22일 전체회의에서 6개 항의 ‘국회의원 윤리선언’을 채택한 뒤 25일 본회의에서 발표하려고 초안까지 마련했으나 의원들의 반대로 연기됐다.

22일 회의에 올라온 선언문 초안은 △모욕적 언동 금지 △악의적 인신공격 및 허위 주장 금지 △위원장석 및 본회의 의장석 점거 금지 △본회의 및 상임위 반드시 출석 △본회의 및 상임위 개의·산회 시간 엄수 △지위를 남용한 부당이득 도모 및 대가 수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간사인 서병수(徐秉洙)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위원장석 및 본회의 의장석을 점거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야당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심스럽다”며 “(여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면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선병렬(宣炳烈) 의원도 “대외적으로 선언을 했는데 여전히 좌석이 비고 제 시간에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국민들은 또 실망한다”며 “대국민 선언보다 내부의 다짐, 또는 국회의장, 윤리특위의 권고 방안도 모색해보자”고 물러서기도 했다.

결국 의원들은 여야 간사인 열린우리당 이상민(李相珉) 의원과 한나라당 서 의원에게 문안 수정을 위임했으나 아직 양당은 협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초안을 작성했던 이상민 의원(윤리특위 산하 제도개선소위 위원장)은 “서울대 대학원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국민들의 쓴소리를 지적이 많은 순서대로 취합한 것”이라며 “‘이것만은 지켜 달라’는 요구를 그대로 담아 금지 조항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리특위는 이르면 3월 2일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특위 소속 이외의 의원들에게도 동의를 받는 절차를 고려할 때 진통은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국가기밀 폭로와 상대당 의원 비방 발언을 이유로 지난달 한나라당 박진(朴振) 정문헌(鄭文憲), 열린우리당 안영근(安泳根) 의원에게 내려진 ‘본회의장에서의 경고’ 결정은 아직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특위 측은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감안해 징계 심사보고서를 가다듬기 위한 것으로 해명하고 있으나 국민들의 눈총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징계요구안이 상정됐던 의원 10여 명에 대한 징계심사도 4월 임시국회에서나 이뤄질 전망이다.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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