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나라당’…黨明개정 찬반 격론, 표결도 못하고 유보

  • 입력 2005년 2월 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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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충북 제천시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박근혜 대표(가운데)와 의원들이 당명 개정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박 대표는 이날 “애인에게 청혼할 때는 향수도 뿌리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4일 오후 충북 제천시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박근혜 대표(가운데)와 의원들이 당명 개정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박 대표는 이날 “애인에게 청혼할 때는 향수도 뿌리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한나라당은 4일 ‘공동체 자유주의’와 ‘개혁적 보수’ 노선을 앞으로 당이 추구해나갈 이념으로 설정했다. 충북 제천시에서 1박 2일간의 연찬회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당명 개정 문제는 갑론을박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당 혁신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당명 개정 및 쇄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노선 정립=박세일(朴世逸) 정책위의장은 연찬회 정리 발언을 통해 “시장경제와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만이 국가 번영을 가져올 수 있고, 좌파적 정책으로는 빈부 격차 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며 “한나라당이 공동체 자유주의와 개혁적 보수를 추구하면 열린우리당은 ‘수구 진보’가 될 것”이라고 말해 의원들의 추인을 받았다.

박 대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내가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당이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나 저로 인해 부담스럽고 짐스럽다면 결코 대표직에 연연해할 생각이 없다”며 정면 대응할 뜻을 밝혔다. 이어 “공권력으로 과거사를 규명하는 것 자체가 조금 지나면 또 과거사가 돼 국민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 사립학교법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 당명 개정 무산=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애착을 보인 당명 개정 문제는 많은 의원들의 반대로 보류됐다. 이 때문에 박 대표의 리더십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박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깨면서까지 당명 개정을 연기할 당위성이 있느냐”며 “4월 재·보선 후 5월에 당명을 개정하는 방안을 놓고 표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10여 명이 나서서 “변화 없는 당명 개정은 무의미하다”며 표결에 반대했다. 박진(朴振) 의원은 “먼저 브랜드를 바꾸는 게 순리”라고 반박했고, 소장파인 이성권(李成權) 의원은 “지도부가 의원들의 말에 귀를 닫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문수(金文洙) 박계동(朴啓東) 의원도 “당헌의 핵심인 당명은 전당대회에서만 바꿀 수 있다”고 가세했다.

표정이 굳어진 박 대표는 긴급 지도부회의를 소집해 표결 제안을 철회키로 했다. 박 대표는 “당명 개정은 특정 개인을 위한 게 아닌데 많은 의원들이 표결조차 반대하고 있다”며 불쾌해했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몇몇 의원들은 당헌의 기본조차 모른다”고 말했고, 유승민(劉承旼) 대표비서실장은 식사도 거른 채 연찬회장 밖에서 줄담배를 피웠다.

제천=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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